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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의 성분 _ 피지컬 100, 사이렌 불의 섬

그냥_ 2023. 6. 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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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왜 재미있는 거지?

 

 

 

 

 

 

 

 

넷플릭스 버라이어티 시리즈,

『피지컬 100, 사이렌 불의 섬입니다.

 

 

 

 

 

# 1.

 

그놈의 K-타령을 썩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일부의 호들갑이 나름 이해가 갈 정도로 영상 콘텐츠들의 글로벌 시장 확대가 두드러진 근년이긴 했습니다. 이젠 이야기하는 것조차 지치는 기생충을 비롯한 수많은 영화들 뿐 아니라, 킹덤에서 시작해 오징어 게임의 메가히트로까지 이어진 웰메이드 드라마 시리즈,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가벼운 로맨스 드라마들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요. 최근엔 예능까지 주목받는 듯한 양상이죠. 최근 BTS의 뷔를 섭외해 해외 시장에 도전 의지를 비친 바 있는 나영석 PD의 서진이네는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해야 할 겁니다.

 

그중에는 개인적으로도 흥미로웠던,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그에 걸맞은 성취(와 논란)를 얻었던 <피지컬 100>이라는 예능이 있었더랬습니다. 저 같은 1kg 아령에도 바들거리는 만성적 운동부족과는 종족부터 다른 듯한 100명의 근수저들을 모아 1등 자리를 놓고 경쟁을 붙인다는 식의 서바이벌 예능이었는 데요. 이런 기획과 연출의 예능이, 그것도 고루한 이미지의 공중파 MBC가 제작한 결과물이라는 것이 특별히 흥미로웠더랬죠.

 

 

 

 

 

 

# 2.

 

그렇게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요. <사이렌 : 불의 섬>이라는 이름의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예능이 하나 더 나왔더군요. 뭐든 하나에서 두 개가 되는 순간 경향으로서의 의미가 생기는 법입니다. 프로그램을 그 자체로 즐기는 것도 충분히 좋습니다만, 왜 하필 이런 스타일의 예능들이 연속적으로 나오고 또 사랑받는 걸까를 상상해 보는 것도 썩 흥미로울 테죠.

 

글쎄요. 아무래도 가장 강하게 발견되는 것은 사회적 갈증이지 않을까요. 과시적인 화려함 보다는 미니멀한 디자인. 이리저리 베베 꼬아 둔 약관보다는 직관적이고 객관적인 규칙. 인맥과 갑질과 출신과 배경에 휘둘리지 않아도 되는 측정 가능한 정량적 기준. 으른의 사정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투명한 과정. 승리는 언감생심일지라도 적어도 납득은 할 수 있는 패배. 분투한 패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 같은 코드 따위라는 것이죠. 너나없이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된다는 면에서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사회 계급적 한계와 차별에 대한 스트레스가 투영되는 지점도 있어 보이는군요.

 

두 프로그램 모두 피지컬 요소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만합니다. 사회의 과잉 경쟁 부분을 회피해 논란을 최소화하기에 적합한 아이템처럼 보였기 때문이죠. 두뇌 싸움이 되어버리면 플레이어들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학벌을 줄줄이 늘어놓아야 할 겁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자신을 입시 제도의 패배자라 생각할 상당수 시청자의 심기를 거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죠. 도시에서 돈으로 싸우면 플레이어들이 쌓아온 혹은 물려받은 인맥이나 자산을 줄줄이 늘어놓아야 할 겁니다. 역시나 박탈감을 느끼기에 충분하죠. 반면 몸싸움이 되어버리면 내가 몸이 좋지 않은 건 운동을 '안' 해서라는, 심리적으로 도망갈 구석은 열어줄 수 있게 됩니다. 멋들어진 출연자들을 보면서도 그래 대단하네. 라며 박수를 쳐주기 훨씬 편안한 소재라는 것이죠.

 

 

 

 

 

 

# 3.

 

사실 두 프로그램 모두 다수의 사람들과 하나의 목표, 일확천금의 기회 따위에서 오징어 게임과도 맥락이 닿아있는 느낌은 있는데요. 오징어 게임에는 앞서 말씀드린 학벌이나 인맥 따위의 콤플렉스가 포함되어 있었지 않냐 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그건 드라마였으니까요. 전개와 결말을 핸들링할 수 있기도 하고, 갈등 또한 드라마가 줄 수 있는 재미요소 중 하나라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죠. 반면, 버라이어티는 각본이 있는 드라마에 비해 전개를 통제하기 극히 어려울 겁니다. 특히나 일반인을 섭외한 경쟁의 형태라면 조작 논란은 부담이 크죠. 버라이어티 특성상 직관적 재미라는 목적이 더 뚜렷하기도 하니 위험을 회피해 버리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라는 것이 상식적이기도 하구요.

 

출연자들이 뛰고 구르고 고생하는 과정이, 지난한 힐링 관찰 예능에 대한 비토 같아 보이는 맛도 있습니다. 피지컬 100에도 존재하긴 했습니다만 사이렌에서 보다 강화된 직업적 요소는, 공적 영역에서의 직업윤리에 대한 불신과 그에 대한 반동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육체적 과제를 수행하는 포맷에서 여성 출연자들로 예능을 꾸렸다는 것은 이 같은 불신과 반동을 보다 극적으로 활용하는 듯한 맛이 있죠.

 

 

 

 

 

 

# 4.

 

물론 이 같은 해석은 사회학적 관점에 경도된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긴 합니다. 두 프로그램의 성취에는 그런 기획적인 측면 외에도 여러 가지 장점들이 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으니까요.

 

피지컬 100의 경우, 출연자들의 경쟁에 권위와 순수성을 부여하기 위해 신화의 코드를 가져온 것은 흥미로웠습니다. 최대한 다양한 측면에서의 수행능력을 겨루게 만들어 밸런스를 잡으려 했던 노력에도 의미가 있었구요. 많은 시청자들이 염증을 호소하던 구구절절 사연을 늘어놓는 식의 신파극을 배제했다는 것도 의미 있는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남녀를 동시에 경쟁에 밀어 넣는다는 점에서 그게 게임이 되겠어?라는 도발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여성 출연자들이 들러리가 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게임을 설계한 것은 칭찬받아도 좋은 거겠죠. 몸을 활용한 경쟁은 감정적으로 흘러가기 쉽다는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과정이 충분히 공정하고 결과가 납득 가능하다면 서로 얼마든지 상호 존중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면에서도 내러티브가 뛰어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겠죠.

 

 

 

 

 

 

# 5.

 

사이렌 불의 섬은, 글을 쓰는 지금 아직 절반 밖에 공개되지 않아 섣부르긴 합니다만, 당장은 서바이벌의 요소가 크게 작동하는 듯 보이죠. 군인, 경찰, 소방, 경호, 운동선수, 스턴트 모두 실무적인 성격이 강한 분야다 보니 실용적인 이익을 최대한 궁리하면서도, 나름의 공익성을 가지고 있는 직군을 대표하는 만큼 직업윤리를 해치진 않아야 한다는 선을 타야 한다는 면은 흥미로운 바가 있습니다.

 

특히 그 직업윤리의 선이라는 것이 각 직군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그 점은 관객 역시 직관적으로 이해되고 있다는 점은 재미있죠. 이를 테면 적극적으로 정치적 관계를 주도해 왔던 군인의 경우, 필요하다면 연합하고 배신할 수 있으며 그 가능성을 항상 열어놓고 경계한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익스큐즈 되지만, 경찰이나 소방은 배신에 대한 저항감을 조금 더 크게 느꼈을 겁니다. 반면 기습 따위의 실용적 전술 수행에 있어서는 군인뿐 아니라 경찰, 소방 모두 그다지 부담이 없을 테지만, 비겁한 것을 힘들어하는 체육인들에겐 다소 저항감이 될 수도 있었을 테죠. 흥미롭군요.

 

# 6.

 

문뜩 이쯤 되면 왜 tv예능의 앞길이 어둡기는 하구나 싶기도 합니다. 두 작품 모두 나름의 비판이 존재한다고는 하나 어쨌든 무기한으로 흘러가는 tv예능에 비한다면 넉넉한 예산, 풍족한 환경, 적당한 분량, 안전한 목표, 시즌제의 완결성 따위가 보장하는 완성도의 하한선은 압도적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1950년대 컬러TV의 강력한 도전에 밀려 불안해하던 영화관이 70년이 지나 인터넷 ott에 밀려 컬러 tv와 영화관이 나란히 쪼그려 앉아 불안해하는 것을 보는 것만 같아 콘텐츠 산업의 역사적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넷플릭스 버라이어티 시리즈, <피지컬 100, 사이렌 불의 섬>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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