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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을 포기한 관객들과 다음 영화의 풍경

그냥_ 2023. 4.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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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개별 작품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지 조금 넓은 영역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가급적 블로그에 이런 류의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았는데요. 그래도 새로운 영화가 제작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은 팬에게도 뼈 아프다는 점에서 한 번쯤 고민하고 넘어가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했습니다. 유럽 영화, 아시아 영화, 중동 영화, 남미 영화. 온갖 영화 다 보는 터라 자막에 크게 거리낄 것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기왕이면 자막 없는 영화가 보기 편한 것이 당연합니다. 기왕이면 우리 정서를 배경으로 한 우리말 나오는 우리 영화가 좋은 건 인지상정이죠.

 

 

 

 

 

텅 빈 영화관만 찾아 전전... 제가 이러는 이유는요 - 오마이스타 (ohmynews.com)

 

 

 

『도박을 포기한 관객들과 다음 영화의 풍경』

 

 

 

 

 

# 1.

 

한국 영화의 침체를 놓고 다양한 진단들이 나오는 듯 보입니다. 관객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영화계는 공급자의 입장에서 각자의 고충을 주장하는 가운데 어느 쪽도 마냥 허황되지 않음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절충안을 찾고자 하는 중간자적 입장의 사람들이 증명하고 있는 듯한 양상이죠. 논쟁의 시발점은 각양각색입니다만 대체로 전선은 결국 티켓값에 걸리는 모양새입니다. 영화는 고부가가치 문화예술 산업으로서의 다양한 특수성을 가짐에 분명합니다만, 이번엔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경제적 관점에서 소소하게 생각해 보도록 하죠.

 

영화라는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한다면 역시나 써보고 구매할 수 없다는 점일 겁니다. 심지어 스포일러가 무서워 구체적인 사용기를 검토하고 구매하기도 어려운 극단적인 상품이죠. 써보고 구매할 수 없다면 결국 찍어야 합니다. 싸늘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생각하기에 따라선 관객에게 영화 티켓을 구매하는 행위는 도박과 다를 바 없는 것이죠. 영화관 라운지 의자에 앉아 길게 줄지은 모니터에 걸린 영화 중 하나를 고르는 모습과, 경마장에서 1등으로 들어올 말을 고르는 모습에는 어느 정도 유사한 지점이 있습니다.

 

한국영화 위기 해법은 '국고 지원', 영화계 한목소리 - 오마이스타 (ohmynews.com)

 

 

 

 

 

# 2.

 

1/8,145,060. 로또 1등 당첨확률입니다. 로또는 수학을 못 하는 사람들에게서 떼는 세금이라던 누군가의 비아냥을 증명하는 듯한 극악한 확률임에도 불구하고 매주 사람들은 로또를 구매하고 있죠. 여기서 소소한 사고실험을 하나 해 봅시다. 만약 로또 당첨확률을 100배 올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1/81,450이라고 말이죠. 대신 티켓값도 100배 올랐습니다. 현행이 1000원이니까 한 장에 10만 원이 되겠군요. 그런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지금처럼 로또를 구매할까요?

 

경제학적 기준에서라면 현행에서 티켓을 구매한 사람들은 후자에도 구매해야 합니다. 기댓값이 같으니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또를 사지 못할 겁니다. 더 극단적으로 과장해 볼 수도 있습니다. 다시 100배를 곱한다고 말이죠. 1/814의 확률. 티켓값은 1000만 원입니다. 확률 0.12%에 1000만 원을 태울 수 있는 사람은, 글쎄요.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물론 여전히 기댓값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죠.

 

같은 사람들이 같은 기댓값임에도 다른 선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꽝을 감내할 수 없는 비용이기 때문입니다. 티켓의 가격이 일정 금액 이상으로 뛰어버리는 순간 확률이나 기댓값은 그렇게까지 중요해지지 않습니다. 티켓이 내 손에 쥐어짐과 동시에 내 앞에 남은 건 꽝이거나 당첨이거나의 이지선다뿐이고, 그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티켓값이 꽝을 감수할 수 있는 비용이냐 아니냐라는 것뿐입니다.

 

작금의 한국 영화 위기의 핵심은 여기 있다는 생각입니다. 지금의 티켓값은 꽝을 설득할 수 없는 비용이라는 것이죠. 로또가 꽝이 나와도 1000원이면 없는 셈 칠 수 있지만, 10만 원이면 크게 곤란할 테고, 1000만 원이면 일상이 망가질 겁니다. 마찬가지 의미에서 지금의 티켓값은 꽝인 영화를 골랐을 때 '까짓 거 없는 치지 뭐'라고 넘어갈 수 없는 돈이라는 게 치명적이라는 것이죠.

 

1조7000억 복권 당첨 "절대 하지마라" 경고한 이 행동은 [이 시각] (zum.com)

 

 

 

 

 

# 3.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의 성공을 놓고 몇몇의 사람들은 일본 영화라거나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을 이유로 짚는 듯 보이지만 설득력은 크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탑건>이 흥행했고 <범죄도시>가 흥행했으니까요.

 

네 편의 성공을 관통하는 핵심은 '아는 맛'이라는 점입니다. 슬램덩크는 보기도 전부터 왼손이 거들 것이라는 게 뻔한 작품입니다. 스즈메 역시 이러나저러나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그 맛'이 날 게 뻔한 작품이죠. 탑건과 범죄도시는 아예 시리즈물이구요. 이런 영화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특별한 경험 즉, '당첨'을 기대할 수는 없을 테지만 적어도 꽝은 걸리지 않을 안전한 작품들입니다. 무방비 상태에서 어떤 영화를 볼지 찍는 것을 도박이라 한다면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 등을 구매하는 행위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정찰제 물건을 구매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작금의 문제의 핵심은 꽝의 비용을 감내할 수 없게 된 관객들이 [도박]을 포기하고 [정찰제]를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영화관이 얼어붙었다는 성화에도 불구하고 엊그제 개봉한 <존 윅 4>가 논란의 <웅남이>를 가볍게 넘어선 이유입니다. 개봉이 예정된 범죄도시의 속편 역시 제법 흥행할 것이라 예상하는 이유입니다. 존 윅과 범죄도시가 관객의 지갑을 열어젖힐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잘 만든 걸작일 것이라 예언해서가 아니라, 관객 입장에서 적어도 무슨 맛인지는 알고 볼 수 있는 안전한 정찰제 상품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극장가 장악한 일본 애니, 슬램덩크 이은 귀칼과 스즈메 열풍 l YTN

 

 

 

 

 

# 4.

 

대체로 영화계의 반응은 전선을 옮기고 싶어 하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티켓값으로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썩 못마땅한 듯 보인달까요. 값을 깎을 수는 없으니 양질의 영화를 만들겠다, 그러기 위해 상환을 전제로 정부 보조금을 지원해 달라는 정도로 요약할 수 있어 보입니다.

 

앞선 도박의 비유를 빌린다면 당첨 확률을 높이겠다, 혹은 당첨금을 높이겠다 말하는 것과 같을 텐데요. 개인적으로 크게 회의적입니다. 반복적으로 말씀드린 것처럼 중요한 것은 꽝을 감당할 수 있는 티켓값인가라는 점이니까요. 매번 영화관에 걸릴 영화가 기생출, 헤어질 결심, 곡성, 극한직업이면 모두가 행복합니다. 로또 산 사람들이 모두 1등에 당첨되면 모두가 행복하죠. 다만 그게 가능할 것이라 기대하는 바보는 없습니다. 영화를 만들다 보면 수많은 망작이 함께 양산될 수밖에 없고 누군가는 꽝에 걸려야 한다는 사실은 영화계의 노력과 무관하게 변하지 않죠.

 

그럼 다음 문제는 어느 정도의 가격이라야 관객이 다시 도박에 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일 텐데요. 이 시점에서 문제(?)의 ott가 등장합니다. 비유하자면 일정 금액을 내면 무한히 가챠를 긁어볼 수 있는 가게의 등장인 것이죠. 건 바이 건으로 파는 영화관이라는 가게 입장에선 가격 경쟁이 될 리 만무합니다. 코로나 이후 물가가 대폭 오른 상황에서 제작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은 정해져 있고, 얼마를 내려도 관객은 꽝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다가 되어버리면 역으로 영화관 입장에서는 티겟값을 내릴 필요가 없어집니다. 서두에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영화계의 입장 또한 마냥 허황되지 않다 말씀드린 이유죠.

 

OTT는 최민식 송혜교 정해인, 극장가는 아바타 영웅 12월은 콘텐츠 전쟁 l YTN

 

 

 

 

 

# 5.

 

개인적으론 한동안 정찰제 영화들만 팔리는 침체기가 연장되는 가운데 결국 이원화로 가지 않을까 싶은 상상입니다. 보수적인 영화 팬분들에겐 뭔가 망조가 단단히 든 디스토피아스러운 느낌적인 느낌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특별할 것도 없는 모델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음악이 이렇게 소비되고 있으니까요. 음원은 ott와 같은 구독형 서비스의 스트리밍 플랫폼에 걸리고, 실제 오프라인 공연은 고가의 콘서트라는 형태로 이분화되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영화관은 결국 티켓값이 더 크게 오르는 대신 안락한 좌석은 물론이거니와 근사한 식사를 함께 제공한다거나 매회 돌아가며 무조건 배우를 불러낼 수 있는 식의 완전 고급화 상품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은 생각입니다. 단순히 관람이라는 경험만 공급하게 되는 ott 역시 나름대로의 영역을 공고히 하면서 말이죠. 지금은 소수 마니아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지던 빔 프로젝터나 큰 인치의 디스플레이 수요가 폭증하며 해당 산업의 성장을 강하게 독려할 수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그리 멀지않은 미래에 애플 tv가 내장된 iProjecter가 새로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죠.

 

게티 이미지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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