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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따뜻한 이미지, 희미한 메시지 _ 종천지모, 최한규 감독

그냥_ 2021. 7. 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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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종천지모 [終天之慕]

이 세상(世上) 끝날 때까지 계속(繼續)되는 사모(思慕)의 정

 

 

 

 

 

 

 

 

'최한규' 감독,

『종천지모 :: 終天之慕』 입니다.

 

 

 

 

 

# 1.

 

낡은 괘종시계가 오래된 무언가를 은유합니다. 시곗바늘이 가리키는 늦은 저녁 9시는 누군가의 시간이 저물어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시계의 옆면에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붓으로 쓴 것이 아니라 조각도로 파 놓았다는 점은 불변성과 정성 등을 상징합니다. 글귀 <終天之慕>는 작품의 제목이자 주제의식입니다.

 

천천히 죽을 쑤는 할아버지입니다. 느리게 흐르는 시간과 그 시간을 녹여 더한 공덕입니다. 건더기를 넣지 않은 듯한 맑은 죽은 할아버지의 정성에 순수성의 이미지를 더합니다. 쌓인 약병은 식사하실 분이 많이 아프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겠죠. 낡은 칫솔 두 개가 가지런히 꽂혀 있는 모습은 이 집에 두 사람이 살고 있으며, 그 두 사람 사이엔 여전한 오붓한 사랑이 있음을 은유합니다. 잠긴 수도꼭지를 타고 흐르는 가녀린 물방울이 위태로운 전개와 비극적 결말을 암시합니다.

 

 

 

 

 

 

# 2.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삼키듯 처연한 목소리와, 눈물 대신 흘러내리는 링거 방울이 노골적인 절규보다 더 깊은 울림을 표현합니다. 할아버지는 말을 하지 못하는 듯 보입니다. 무심하게 끊겨버린 119는 개인이 겪은 구체적 경험이라기보다는 주인공들에 대한 사회적 고립을 은유하는 듯 보입니다. 싸가지 없는 아들 역시 특정 캐릭터에 대한 설정보다는 시대적 분리를 은유합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건, 전쟁 트라우마 때문이었습니다. 전후 트라우마에 대한 묘사는 정석적입니다. 집을 나서지 못한다는 설정은 과거의 시간과 과거의 상처 어딘가에 갇혀있는 인격임을 구체화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말을 하지 못한다는 설정은 과거의 공간과 과거의 기억에 갇혀있는 인격의 목소리가 지금의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음을 구체화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 3.

 

할아버지는 번개탄을 피웁니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왔을 장롱을 뉘어 관으로 삼아 사랑하는 아내 곁에 나란히 눕습니다. 강렬합니다.

 

젊은 모습의 할아버지와 젊은 모습의 할머니입니다. "잘 잤어요?" 라는 아내의 물음에 남편은 "꿈을 꿨어. 좋은 꿈."이라 답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좋은 꿈이라 회상하는 대답과, 비극적인 마지막이 강한 대조를 이루며 작품에 비장미를 더합니다. "이게 무슨 뜻이에요?"라는 아내의 물음에 시계를 만들던 남편은 "당신이 좋다고."라 답합니다. 처음 시계를 만들며 새긴 사모의 정은 세상이 끝나는 순간까지 올곧게 이어집니다.

 

 

 

 

 

 

# 4.

 

문학적인 작품입니다. 편안하면서도 친절하고 일상적이면서도 감성적인 표현이 짧은 런타임을 의심하게 할 만큼 풍부합니다.

 

다만, 표현과 달리 메시지는 좀 혼탁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의 영화인지가 손에 잘 잡히지는 않는달까요. 노부부가 평생 나눠온 사랑을 이야기하는 영화라기엔 할아버지의 트라우마가 겉도는 감이 없잖아 있구요. 트라우마와 두 통의 전화를 엮어 사회적으로 이해한다면 되려 종천지모라는 제목과 주제의식이 겉돌기 때문이죠. 사랑이란 감정은 본질적으로 상호적일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의 역할이 너무 제한적이라 균형이 무너진 느낌도 있습니다.

 

사족을 조금 더 단다면 119와 아들을 저렇게까지 무례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영화의 톤처럼 차갑고 건조하게만 묘사했더라도 충분했을 텐데 말이죠. 어렵군요. '최한규' 감독, <종천지모>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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