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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Horror

미스터 삑사리 _ 새벽의 황당한 저주, 에드가 라이트 감독

그냥_ 2021. 4.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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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혹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삑사리의 미학이라 분석하기도 하는데요. 삑사리가 중요한 순간 매력 포인트로 작동하는 방식을 넘어 아예 삑사리만으로 영화를 만들면 요런 컬트적인 작품이 나오기도 합니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

『새벽의 황당한 저주 :: Shaun of the Dead』입니다.

 

 

 

 

 

# 1.

 

패러디 영화입니다. 제목부터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시체들의 새벽 :: Dawn of the Dead>에서 따왔듯 말이죠. 고전적 좀비 영화의 소재들을 가져오되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선 클리셰를 역으로 비틂으로 인한 의외성을 즐기는 영화입니다. 그 수준은 패러디와 클리셰의 레퍼런스를 짚는 것보다 차라리 패러디가 아닌 장면을 찾는 편이 더 빠를 정도죠.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좀비 떼의 습격과 이를 멋들어지게 돌파해 나가는 영리한 주인공 파티는 윈체스터엔 없습니다. 한없이 느리고 댕청하다 못해 친근해 보이기까지 하는 좀비들과, 그 좀비보다 더 덜떨어지고 나태한 주인공이 펼쳐놓는 의외성 폭탄뿐입니다. 보고 나면 엄마 아빠 사이에 누워 오들오들 떨게 만드는 공포감 역시 크리켓 배트에 진즉 날아가고 없습니다. 속도감 넘치는 전개에 담긴 친구와 애인과 가족과 나누는 가슴 절절한 우정 그리고 사랑뿐이죠. 사소한 로고 하나, 대사 하나, 소품 하나, 음악 하나 마다 지독할 정도의 패러디와 영국식 조크가 난무합니다.

 

다만, 하나하나 열거하듯 짚어두진 않으려 합니다. 아는 사람들만 아는 만큼 보고 적당히 웃어넘길 성격의 작품이지, 모른 채 다 봐놓고 나중에 공부하는 게 의미가 있는 작품은 아니기 때문이죠. 배트맨 사운드 트랙에 대한 디스는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피식하고 지나가야지, 그렇다고 이 영화 때문에 사운드 트랙을 찾아듣는 건 미련한 짓이니까요. 많은 분들이 추천하시는 대로의 수작임엔 분명하지만 또 뭐 그렇다고 두고두고 반복해 볼만한 완성도의 작품이냐 하면 그 정도는 아니기도 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의 패러디를 꼭 알아야겠다! 하시는 분들은 적당히 꺼무위키나 '새벽의+황당한+저주+패러디+완벽+정리' 같은 키워드로 구글링 해 보실 것을 권하겠습니다. 저도 사실 잘 몰라요. :)

 

 

 

 

 

 

# 2.

 

감독의 가장 대중적인 성공작이라 한다면 아무래도 <베이비 드라이버>를 꼽을 수 있을 텐데요. 해당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작가주의적 매력의 원형을 확인할 수 있을 작품입니다. 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만 같은 끝내주는 선곡. 사운드의 리듬과 영상 시퀀스가 찰싹 달라붙는 쫀쫀한 연출. 스킵하고 싶은 생각을 1초도 허락하지 않는 스피디한 편집이 뿜어내는 유쾌함은 감독의 데뷔작에서부터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분명한 건 유쾌한 영화지, 코믹한 영화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익스트림 롤러코스터는 유쾌하지만 유머러스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죠. 패러디 영화라고 해서 <어니언 무비>식 코미디 영화라 속단했다 실망하셨다는 분들이 간혹 계신데요. 그건 관객이 번지수를 잘못 찾은 탓일 공산이 조금 더 큽니다. 당장 이 영화를 대표하는 씬이 배를 쨀 듯 웃긴 코미디들이 아니라, Queen의 <Don't stop me now>에 맞춰 좀비 때려잡는 장면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죠.

 

 

 

 

 

 

# 3.

 

서두에 얼핏 말씀드린 대로 패러디와 클리셰 비틀기를 연결 짓는 전개의 동력은 <삑사리>입니다. 과격하게 말하자면 주인공 숀은 삑사리의 의인화라 해도 부족하지 않을 인물이죠. 한없이 나태하던 주인공은 여자 친구 리즈와의 결별과 좀비 사태를 겪으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하지만 그의 의도와는 달리 모든 면에서 삑사리가 나게 됩니다.

 

부하직원 앞에서 폼을 잡 잡아보려 해도 때마침 걸려온 전화에 체면을 구깁니다. 여자 친구와의 약속은 잊어버렸고 화를 풀어주겠답시고 건넨 꽃에는 엄마를 위한 편지가 아직 꽂혀있죠. 술 처먹고 새벽 4시에 소란 피우다 친구한테 구박이나 당하구요, 눈 앞에 좀비가 걸어 다님에도 존재를 알아차리는 덴 무려 런타임의 절반이 필요합니다. 계획했던 것들은 모조리 빗나가고 유일하게 생존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던 윈체스터에선 리즈를 제외한 모두를 잃고 말았죠. 레코드 판을 날리는 족족 빗나가고, 비장한 모습으로 총을 쏘는 족족 단 한 발도 제대로 맞는 법이 없지만, 다이앤이 던진 한 발의 다트만큼은 여지없이 숀의 머리에 박힙니다.

 

 

 

 

 

 

# 4. 

 

오판과 실수의 연속인 주인공의 삑사리를 유쾌하게 구경하는 영화입니다만, 사실 영화의 장르적 쾌감이 터지는 순간은 숀의 삑사리가 아니라 관객 자신의 삑사리라 할 수 있습니다. 클리셰를 학습한 관객 스스로 만들어낸 예단에 걸려 스스로 넘어지는 순간들 말이죠.

 

집안 물건을 던진 후 더 폭력적인 물건을 가져오리라 성급히 생각하는 순간, 잔뜩 쌓인 레코드판 앞에 장르적 쾌감이 작동합니다. 나쁜 새아빠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필립이 사실 오랫동안 의붓아들을 사랑했다는 게 밝혀지는 순간 드라마의 감동이 작동합니다. 폭력적 쾌감이 몰아칠 거라 예상되는 절정부 시퀀스에서 Queen의 음악이 흘러나와 우스꽝스러운 코미디를 펼치기에 재미있는 거구요. 좀비 뚝배기가 날아가는 정도를 제외하면 특별히 잔인한 장면이 없을 거라 방심했기에 데이비드가 잔혹하게 잡아먹히는 순간 그 의외성이 폭발하죠. 설마 하니 나름 좀비 영화에서 군인이 나타나 갈아버리기야 하겠어? 라는 나태한 생각은 여지없이 농락당합니다. 당연히 진즉 죽었을 거라 생각한 에드가 창고에서 콘솔 컨트롤러를 잡고 재등장하는 모습을 보며 관객은 패배를 시인하게 되죠.

 

이처럼 영화를 보고 난 후 많은 사람들이 기억에 남는다 말하는 장면들은 대부분 주인공 숀의 삑사리가 아니라 관객의 판단이 삑사리 나는 순간들입니다. 이 삑사리들은 소위 좀비 영화를 본 가닥이 있으면 있을수록 더 쉽게 더 촘촘하게 걸려 넘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는 이 작품에 대한 대중적 호감도보다 팬들의 지지를 더 강하게 만든 원인이 되었을 겁니다.

 

 

 

 

 

 

# 5.

 

좀비 영화입니다만 하나도 안 무섭고 마냥 유쾌한 영화. 나름 100분에 달하는 런타임이지만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은 끝내주는 킬링타임 영화입니다. 미드나 영드 짬이 좀 있어 영미권 말장난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더욱 만족스럽게 즐기실 수 있을 거구요. 좀비 영화 마니아들에겐 분명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 될 겁니다만 마니아분들은 이미 이 영화를 몇 번은 보셨겠죠.

 

다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깔깔 대고 웃는 코미디 영화를 기대하신다면 썩 곤란합니다. 억지로 놀라게 만드는 장면은 없지만 대신 극단적인 고어 묘사는 몇 있으니 마음의 준비 정도는 하셔야겠네요. '에드가 라이트' 감독, <새벽의 황당한 저주>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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