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Documentary/Humanism

다름을 이야기하는 틀린 영화 _ 존의 컨택트, 매튜 킬립 감독

그냥_ 2020. 8. 31. 06:30
728x90

 

 

# 0.

 

다름과 틀림은 다르다는 상식을, 다름과 틀림을 혼용하는 건 틀렸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머나먼 우주 너머 다른 존재들과의 접촉을 꿈꾸는 '존'은 분명 평범과는 거리가 먼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틀린' 삶을 사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매튜 킬립' 감독,

『존의 컨택트 :: John Was Trying to Contact Aliens』입니다.

 

 

 

 

 

# 1.

 

목표는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전부인 것은 아닙니다. 뒤따르는 부나 명예, 인정, 성취, 흔적 따위의 결과물들 역시 중요한 동기가 되곤 하죠. 하지만 '존'의 목표에는 이와 같은 부산물 혹은 불순물이 없습니다. 그의 삶은 형식논리적인 면에서 부나 명예는커녕 최소한의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는 행동으로 점철됩니다만 그럼에도 그는 그저 자신의 목표 그 자체만을 위해 나아갑니다. 눈에 보이는 실익이 없는 그의 꿈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다소 허황되지만 그들과 똑같이 진지하며 그들보다 훨씬 솔직합니다.

 

 

 

 

 

 

# 2.

 

짐짓 외로워 보이고 때론 고립되어 보이기까지 하는 '존'. 끊임없이 회의에 젖어들게 만드는 부정적인 조건들을 스스로 생산해 낸 소년의 상상력으로 상쇄해야 합니다. 그의 삶은 짐짓 편안하고 정적인 것으로 오해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충분히 역동적이고 충분히 투쟁적입니다. 우주 공간을 퍼져나가는 음악들은 낭만으로 가득하지만 그 음악을 만드는 이의 노고와 음악을 우주로 보내는 과정에는 처절한 치열함이 담겨 있습니다.

 

 

 

 

 

 

# 3.

 

네, 이 작품은 과학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우주인과의 교신에 인생을 내던진 '존'이라는 한 괴짜의 꿈과 희망과 애정과 결핍과 고립과 불안과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른 삶을 들여다보는 휴머니즘 다큐멘터리죠. 딱 『선댄스』가 환장할 타입이긴 하네요.

 

감독은 '존'이 주장하는 바의 과학적 정합성이나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에는 일절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이 독특한 인간의 누적된 '기록'과 '시간'을 탐구해보자 말할 뿐입니다. 흘러가버린 시간들은 허망하게 버려진 것으로 폄훼될 수도 있지만 그가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의 진지함이란 본질은 전혀 허망하지도, 버려지지도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자 합니다. '존'은 미지의 존재들과의 만남을 위해 공허한 우주를 건너 외로운 음악을 보내지만 우리는 그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서 아직 이해하지 못한 미지의 존재들을 만날 수 있다 말합니다.

 

 

 

 

 

 

# 4.

 

외로움과 고독감에 잠식되어 가던 '존'은 운명처럼 사랑을 만납니다. 홀로 고립된 외계인이었던 '존'에게도 그의 괴짜스러움을 공유하고 사랑해줄 연인은 있었습니다. 모범적 인간들의 사회라는 우주 한 가운데 홀로 표류하고 있던 '존'에게 있어 성별은 그저 한 개인을 구성하는 수많은 정체성 중 하나에 불과해 보입니다. 그가 자신의 애인을 소개하는 대목은 동성애적 사랑이라기보다는 범성애적 사랑에 가깝게 소개됩니다. 썩 좋은 메시지들이네요.

 

문제는,

 

 

 

 

 

 

# 5.

 

우주인과의 교신을 꿈꾸는 괴짜와 동성애 코드를 엮어내는 감독의 연출입니다. 두 코드를 동일한 위계에서 '존'이라는 개인을 설명하는 수단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동성애에 얽힌 이야기를 클라이맥스에 배치함으로써 퀴어를 설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의 괴짜스러움을 복무시키는 구성을 선택합니다.

 

이건 무례한 거죠. 이와 같은 방식은 '존'과 관객이 천천히 대화하는 와중에 갑자기 끼어들어 감독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전까지 '존'과 주고받던 정서적 과정들이 감독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메시지를 주입받기 위해서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 대단한 불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감독의 인터뷰에 진지하게 응해 준 '존'의 작업을 존중하는 방식과도 거리가 대단히 멀죠.

 

 

 

 

 

 

 

# 6.

 

서두에 말씀드린 것과 같이 '틀린' 것이 아닌 '다른' 삶을 이야기하는 것은 좋습니다. '틀린' 것이 아닌 '다른' 모습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 역시 좋죠. 하지만 다름에 대한 존중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에 있어 이런 방식은 절대 좋은 답이 아닙니다. 제 아무리 거창한 대의와 명분으로 치장한다 하더라도. 타인의 삶을 자신의 메시지에 복무시키는 이런 방식은 분명 '틀렸습니다'. '매튜 킬립' 감독, 『존의 컨택트』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 본 블로그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글에서 다루는 작품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댓글", "포스트를 자신의 블로그로 유인하는 데 이용하려는 댓글", "무분별한 맞팔로우 신청 댓글" 등은 삭제 후 IP 차단될 수 있습니다.

 

 

"좋아요", "댓글""구독"

 

은 블로거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