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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nimation

어... 모르겠다 _ 사이좋게, 차지훈 감독

그냥_ 2020. 7. 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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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포스터는 피에타Pietà 의 패러디로 보입니다. 흔히 미켈란젤로의 조각상을 가장 먼저 떠올리곤 하는,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를 끌어안고 슬피 우는 성모의 모습을 묘사한 기독교 예술의 테마 중 하나죠.

 

그런데... 피에타가 이 단편이랑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거죠?

 

 

 

 

 

 

 

 

'차지훈' 감독,

『사이좋게 :: Be nice to each other』입니다.

 

 

 

 

 

# 1.

 

실사 영화에서는 '우연'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촬영하는 순간 감독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새가 한 마리 날아갈 수 있죠. 스탭이 가져온 소품 연필이 감독의 의도와 무관하게 우연히 특정한 색깔일 수도 있구요. 경제적인 문제로 공간 섭외나 연출에 있어 대안이 없었을 수도 있고, 배역에 몰입한 배우가 내지른 즉흥적인 애드리브가 유야무야 영화에 쓰이기도 합니다.

 

반면, 애니메이션에선 '우연'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모든 요소들을 직접 한 땀 한 땀 창작할 수밖에 없는 탓에 그 요소를 그려 넣는 순간 마다 명확한 의도가 투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모든 요소들은 본질적으로 감독이 의도를 가지고 연출한 사항들이라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 2.

 

'사이좋게 양보하며 함께 살자'는 메시지의 영화인 것 같긴 합니다. 제목에 친절하게 적혀 있기도 하니까 아무래도 그건 맞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 외의 거의 모든 연출들에서 의도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죠.

 

귀여운 강아지 두 마리가 위아래 층으로 나뉜 원 안에 살고 있네요. 윗방 강아지 '코코'의 방에 검은 비구름이 생기자 아랫방 '삼순'에게 떠넘겨 버리는군요. 강아지마다 각자 가슴 안에 전구를 하나씩 품고 있다는데요. 이 전구의 의미가 단순히 '빛'인 건지 아니면 다른 함의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의미 이전에 왜 하필 강아지의 몸속에 품고 있는 건지부터 잘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구름을 떠넘기던 와중에 왜 하필 갑자기 '코코'의 전구가 꺼지는 건지도 잘 모르겠구요.

 

 

 

 

 

 

# 3.

 

어쨌든 '코코'가 몰아넣은 비구름 탓에 아랫방엔 폭우가 내리고. 갑자기 '삼순'이 작은 상자에 갇히는 그림이 나오는 데요. 이것 역시 '삼순'의 수몰되는 상황이랑 무슨 연관이 있는 연출인 건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다급해진 '삼순'이 '코코'의 방으로 이어진 문을 향해 열심히 헤엄을 치는데 왜 정작 멀어져 가는 건지도 도무지 모르겠구요. 멀어져 가는 와중에 왜 갑자기 '코코'의 시야가 닫히는 건지는 더더욱 모르겠습니다.

 

'코코'는 '삼순'에게 자신의 방으로 들이는 대신 전구를 넘겨줄 것을 제안하고 전구를 가지게 된 순간의 환상적인 기분을 만끽하는데요. 응? 원래 가지고 있던 전구가 꺼져서 갈아 끼우는 것에 불과한데 그게 저렇게나 좋아할 일인 건가요?

 

 

 

 

 

 

# 4.

 

결국 '삼순'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전구를 건네주지만 '코코'는 거하게 통수를 갈깁니다? 내가 뭘 본거지?

 

이러면 사이좋게 지내자라는 메시지가 성립할 수 있나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이기적인 '코코'가 그 이기심에 대한 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 채로 이익만 보고서 영화가 끝나는 거 아닌가요? 갑자기 냅다 원이 멀어지며 다른 여러 개의 원이 나옵니다? 둘러보니 나름대로의 화합을 찾은 강아지들은 살아남고 화합하지 못한 원은 터져 나간다 뭐 그런 거 같은데, 어째서? '코코'와 '삼순'의 내부 갈등에 의한 필연적 붕괴가 아니라 그냥 외부의 법칙이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에 원이 붕괴된다는 건가요?

 

그럼 그런 법칙이 없는 현실에선 화합 안 해도 되는 거네?

 

 

 

 

 

 

# 5.

 

대체 무슨 이유에선지 1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어쨌든 '코코'와 '삼순'의 원이 무너지려는 찰나 빨간 커피잔이 하나 나오더니, 커피를 누가 마시기라도 한 건지 갑자기 사라지더니 커피잔이 깨지고선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코코'와 '삼순'의 행복한 나날들의 액자가 앤딩 크레디트 뒤를 적당히 장식하더니 전선에 매달린 전구가 하나 더 등장하며 땡큐?

 

진짜 이렇게 끝나도 괜찮은 거 맞아요?

 

 

 

 

 

 

# 6.

 

... 적당히 층간 소음에서 영감을 받은 감독이 충분히 지루하고 적당히 착한 교훈을 주제로 삼아 가지고 있는 애니메이션 연출 스킬을 과시적으로 갈아 넣어 조합한 영화라는 것 외의 다른 감상이나 감동은 없습니다.

 

물론 위의 모든 의문들은 제가 멍청해서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 있습니다. 감독은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들을 마련해 뒀을 수도 있죠. 다만 궁금한 건 관객이 영화를 보고 메시지를 전혀 읽지 못한다면 그건 '관객'과 '감독' 중 누구의 손해인 걸까라는 점입니다. 글쎄요, 딱히 저는 손해 본 것 같지 않은데 말이죠. '차지훈' 감독, 『사이좋게』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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