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Documentary/Scientific

과학, 감성을 더하다 _ 빙하를 따라서, 제프 올롭스키 감독

그냥_ 2020. 6. 18. 06:30
728x90

 

 

# 0.

 

그걸 봤을 때 깨달았죠. 사람들은 통계나 컴퓨터 모델 프로젝션이 필요한 게 아니라 믿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각적 증거가 필요하다고요.

 

 

 

 

 

 

 

 

'제프 올롭스키' 감독,

『빙하를 따라서 :: Chasing Ice』입니다.

 

 

 

 

 

# 1.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급격히 녹아가고 있는 그린란드의 빙하를 저속 카메라로 촬영하는 프로젝트의 여정을 동행한 다큐멘터리입니다. 극지 빙하 조사단 EIS의 환경 사진작가 '제임스 발로그'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수년에 걸쳐 녹아내려 후퇴하는 빙하의 모습을 담아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공돌이의 그것답지 않게 대단히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맛이 있는 독특한 작업입니다. 프로젝트를 설명함에 있어 전문적인 과학적 정보들은 의식적으로 배제되어 있습니다. 아주 단순한 수치들, 이를테면 빙하의 크기 450m를 묘사함에도 5개의 풋볼 경기장이라는 수사를 곁들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난 에코 시스템은 스테로이드를 하는 야구선수에 빗대어 설명됩니다. 과학자들의 경고에도 외면받은 채 죽어가는 빙하는 치과의사의 경고에도 방치되는 충치에 비유됩니다.

 

 

 

 

 

 

# 2.

 

내용은 최대한 제거하고 메시지만 오롯이 살립니다. 시각화된 메시지는 단순하고 선명합니다.

 

여기 이렇게 아름다운 빙하가 있다.

그리고 사라지고 있다.

 

전문적 지식의 공백은 썰매개와 설원에서의 춤과 탐험가의 어드밴처와 같은 감수성이 차지합니다. 과학에 감성을 끼얹은 독특한 다큐멘터리군요.

 

 

 

 

 

 

# 3.

 

'중요한 메시지'라는 건 상대적 개념입니다.

 

일정량의 빙하가 사라지는 데 있어 늘어난 온실가스의 종류와 양이 얼마고, 그것들이 어떤 물리적-화학적 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지에 대한 과학적 접근은 '연구자'에겐 중요할 수 있지만 '일반인'에겐 전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합니다. 이전까지의 과학자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중요한 메시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충분히 교육하면 메시지가 전달되리라 믿었습니다만, '제임스'는 이 사고방식의 패러다임 전체를 부정합니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면 내가 아닌 상대방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미지에 담아야 한다 생각합니다. 합리적이고 효과적이고 혁신적이죠.

 

결과물들은 스스로 압도적이고 실효적이라는 걸 증명합니다. 맨하튼의 수배에 달하는 빙하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빙산 분리의 현장은 무서우리만큼 아름답고 매혹적이지만 두렵습니다. 

 

 

 

 

 

 

# 4.

 

여기까지는 사진작가 '제임스 발로그'의 이야기였다면 이젠 영화 감독 '제프 올롭스키'에 대한 얘기를 조금 더 해볼까요.

 

제임스의 작업은 어차피 성공할 겁니다. 무언가 "우와!" 하고 놀랄만한 결과물을 꺼내들겠죠. 그게 없었다면 애초에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지도 못했을 테니까요. 다큐의 성공은 제임스가 준비한 결과물을 공개하기까지 관객의 애간장을 얼마나 녹여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할수 있을텐데요. 그 기준에서 영화로서의 성취는 특별하지는 않지만 썩 나쁘지도 않습니다. '제임스'의 결과물의 퀄리티에 확신만 있다면 무난한 연출도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죠.

 

 

 

 

 

 

# 5.

 

다만, 무릎 수술과 가족의 눈물과 같은 휴먼 드라마까지 엮은 게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의문스럽습니다. 인류애를 넘어 범지구적 사랑으로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 '제임스'에 대한 존중이자, 개인에 대한 구체적인 부채감을 환경 문제에 대한 책임감으로 연결시키기 위함이었겠습니다만, 어쨋든 감수성이라는 제한된 자원을 다른데 소비하며 '환경 문제'라는 메시지는 일부 희생된 거니까요.

 

# 6.

 

시사적 성격이 강한 과학 다큐라고 겁먹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기후 문제라는 거대한 담론에 미리 겁먹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더운 날씨에 시원한 빙하가 흘러내리는 걸 보며 더위를 식히기 위해 보신다 해도 전혀 나쁠 게 없습니다. 보고 듣고 공감하고 느끼신 후 그 감수성을 간직하기만 하셔도 충분합니다. '제프 올롭스키' 감독, 『빙하를 따라서』였습니다.

 

 

 

 

 

 

# +6.

 

"우리 뇌는 지질학이 예전에 일어난 일이나 미래에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하도록 프로그램 돼 있어요. 우리가 지구에 사는 짧은 기간에 일어난다고는 생각 안하죠. 하지만 일어나고 있어요. 급속도로 일어날 수 있죠. 우리는 지금 지질학적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그 변화의 원인이죠."

- 환경 사진작가 제임스 발로그-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 본 블로그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 졌습니다. "글에서 다루는 작품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댓글", "포스트를 자신의 블로그로 유인하는 데 이용하려는 댓글", "무분별한 맞팔로우 신청 댓글" 등은 삭제 후 IP 차단 될 수 있습니다.

 

 

"좋아요", "댓글""구독"

 

은 블로거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