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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Romance

안소희의 마스크뿐 _ 아노와 호이가, 이재용 감독

그냥_ 2019. 9. 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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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여성주의 영화라고 합니다.

 

대체로 무슨 '주의'가 붙은 영화들은 모 아니면 도입니다. 이념적 목적성에 철저히 복무하는 한심한 영화거나, 이야기의 결과가 이념이 지향하는 가치를 증명하는 멋진 영화거나. 과연 이 영화는 모일까요 도일까요?

 

 

 

 

 

 

 

 

'이재용' 감독,

『아노와 호이가 :: Anu and Huyga』입니다.

 

 

 

 

 

# 1.

 

최고의 장점은 단연 '안소희'입니다.

 

그녀의 얼굴, 눈매, 표정, 목소리, 머리카락, 붉은 홍조는 그 자체로 최고의 설득력을 가집니다. 한국인 둘이서 밑도 끝도 없이 몽골로 날아가 어색한 전통의상을 빌려 입고 벌이는 이야기를 관객에게 설득해내야 한다. 라는 난해한 미션은 배우 혼자 몽땅 해결합니다.

 

풍경도 기가 막힙니다. 몽골 전통 가옥 특유의 분위기와 질감이 대단히 포근하게 묘사됩니다. 디테일한 내부에 붙잡아 두고 있던 시야가 탁 트인 설경으로 이어지며 그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힘차게 걸어가는 '아노'의 모습이 매력적입니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진 듯한 화면 위로 점점 멀어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앞선 숱한 대사들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주제의식을 전달합니다. 만,

 

 

 

 

 

 

# 2.

 

장점은 이게 전부입니다.

안소희의 마스크와 몽골의 설경.

 

단점으로 가볼까요. 일단 캐릭터가 후집니다. 아무리 화장품 회사에서 제작한 여성주의 영화이기로서니 그래도 명색이 <아노와 호이가>가 제목인데요. 호이가가 너무 단편적이고 굴종적인 캐릭터입니다. 그의 존재는 아노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소품에 불과합니다. 그녀의 앞날을 가로막는 폭력적인 존재, 이상도 이하도 아니죠. 부모가 남겨놓은 유언이라거나 먹고살기 위해 해야만 하는 직업 따위의 아노의 자유로움을 가로막을 법한 그 어떤 것으로 대체되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이게 무슨 로맨스 영화인가 싶죠.

 

 

 

 

 

 

# 3.

 

자유롭고 독립된 존재로서의 아노를 그리겠다면서 동시에 이해받길 원하는 수동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모순됩니다. 여자의 No는 No라 말하는 것까지는 좋습니다. 멋있죠. 하지만 그렇다면 화장을 왜 하는지 넌 모를 거라 핀잔을 주는 대신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거라 담담하고 당당하게 말하면 될 일입니다.

 

푸념을 한국어로 털어놓는 장면. 뭔 뜬금없이 한국어야? 싶은 건 차치하고서라도 이건 너무 후진 설정이죠. 배우가 열심히 '넌 한국어를 못 알아듣지?'라고 비웃어 보지만 그 행동 자체가 역설적으로 자신의 말을 알아들어줬으면 하는 수동성이 내포되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어로 굳이 말하면서 몰라도 상관없다 할게 아니라 진짜 몰라도 상관없는 말이었다면 애초에 말할 필요가 없었어야 합니다.

 

그것이 더 올바른 여성주의라는 식의 이념 평가를 하자는 게 아닙니다. 그게 주제 의식에 부합하는 좋은 영화의 일관성 있는 캐릭터라는 거죠. 영화의 마지막에 이 수동성은 다시 한번 확인 사살됩니다. 멀리 떠나는 아노를 호이가가 호롤롤롤 쫓아가 말에 태워주는 장면이죠. 아주 백마 탄 왕자님 납셨네요.

 

 

 

 

 

 

# 4.

 

'주인'과 '종'의 관계를 잡아놓고 들어가다 보니 호이가의 행동이 과장되는 만큼 아노의 행동들은 죄다 합리화됩니다. '남자들 다 똑같아''라는 대사가 '여자의 노는 예스지'라는 말만큼이나 폭력적일 수 있다는 걸 감독은 외면합니다.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혼자 내뱉는 행동이 '기 쎈 여자 너무 싫다' 말하는 것만큼이나 모욕적이라는 걸 감독은 무시합니다.

 

그 외에 타국 문화에 대한 무례함도 보입니다. 서양인들이 동양을 막연한 자연주의적 가치들을 보관하고 있는 오리엔탈리즘의 창고처럼 대하듯, 이 영화는 몽골이라는 국가와 문화를 자유로움이라는 박제된 관념을 차용하기 위한 공간으로만 해석하고 있습니다. 만, 이런 건 주요 서사에 비하면야 사소한 흠이니 넘어갑시다. 『스캔들』 잘 만들어놓고 『다세포 소녀』로 조지고. 『여배우들』 잘 만들어놓고 『두근두근 내 인생』으로 조지고. 이번에도 『죽여주는 여자』 잘 만들어놓고 이 영화가 삐끗하네요. 일부러 이러는 건가? '이재용' 감독, 『아노와 호이가』 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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