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Documentary/Humanism

물아일체 _ 바다의 사냥꾼 자고, 제임스 리드 / 제임스 모건 감독

그냥_ 2019. 9. 17. 06:30
728x90

 

 

# 0.

 

평생 물질 하며 살아온 노인의 기물이란 아이스크림 위에, 압도적인 눈뽕이란 에스프레소를 끼얹은 아포가토입니다. 서사성이 강조된 재연 영화와 자연 다큐가 하나처럼 융화되어 있습니다. 극과 극처럼 보이는 생태 다큐와 전기물의 콜라보레이션이라, 독특하군요.

 

 

 

 

 

 

 

 

'제임스 리드', '제임스 모건' 감독,

『바다의 사냥꾼 자고 :: JAGO a life underwater』 입니다.

 

 

 

 

 

# 1.

 

말레이시아 바자우족의 노인 '로하니'가 자신이 살아온 삶을 풀어놓습니다. 증언에 예술적 역량을 더해 환상적인 그림을 선사합니다. 어리고 젊은 시절 '로하니'의 역동성과, 온몸으로 운동하는 인간의 심미성과, 그런 심미적 존재가 대자연과 어우러지는 순간의 감동이 경탄을 자아냅니다. 평온한 인터뷰와 과거의 재연 사이를 반복적으로 오가던 영화는 마지막 순간 노년의 '로하니'가 직접 바다로 향하는 모습으로 마무리되는데요. 현실의 '로하니'가 재연되고 연출된 가상의 바다에 몸을 던지는 순간의 감동이 엄숙하고 장엄합니다. '로하니'와, '로하니'가 평생의 시간을 건너 살아낸 바다 모두 압도적입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개인의 이야기라는 감각은 아닙니다. 자연으로부터 분화된 객체로서의 인간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감각이 아닙니다. 대를 이어 내려오는 억겁의 시간 동안 자연에 녹아내려 물物과경계를 짓는 것마저 부질없어진 존재를 목격하는 감각에 가깝습니다.

 

때문에 80세나 된 노인인 '로하니'에 대한 존중이나 황혼기에 접어든 삶에 대한 회한 같은 인본주의적 정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80년 된 거북이나 800년 된 나무나 8000년 된 바위를 보며 우리가 를 갖추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죠. 인간으로서의 존엄 비워진 공백은 자연과 동화된 오래된 무언가의 육중한 존재감이 메우고 있습니다. '로하니'와 자연을 담담한 시선으로 목도하며 그네들의 육중한 존재감을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이 영화는 여느 자연 다큐와는 차별화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 2.

 

'로하니'가 소통하는 존재는 삶과 바다뿐입니다.

 

그가 인간으로서 사회적 활동을 해온 일련의 과정들은 철저히 배제됩니다. 여자를 만나 가족을 이룬 것도 그저 대자연의 일원으로서 조화를 실현하기 위함일 뿐입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 역시 소통하는 부자간의 정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분신을 낳고 길러 인과의 끈을 이어나가는 사명에 가깝습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던 '로하니'가 일본에서 어업을 하며 삶이 뒤틀어지게 됩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그물을 활용한 어업은 도덕적 비난을 받을만한 일이 아니지만, 자연과 하나 된 존재인 '바자우족'의 노인에겐 먹기 위한 것 이상의 어업은 제 살을 깎아 내는 짓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노한 바다의 혼령이 그의 분신을 앗아가고 말았다는 이야기는 동양철학에서의 업보業報, 인도 철학에서의 카르마Karma를 연상하게 합니다. 먼길을 돌아 다시 홀로 바다로 돌아온 '로하니'. 인터뷰를 끝으로 바다로 향하는 '로하니'는 이젠 자신의 숨이 허락하는 동안 다시 먹을 만큼의 물고기를 사냥할 겁니다.

 

 

 

 

 

 

# 3.

 

특유의 생태주적 철학과 이를 바라보는 관찰자들의 오리엔탈리즘이 지배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토속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이야기를 합니다만 오래되고 전승되는 것들에 대한 숭배로서의 전통적 보수주의와는 선을 긋습니다. '로하니'가 물질하기에 앞서 쓰는 휘황찬란한 색깔의 수경은 이 영화의 성격이 그런 옛것에 대한 집착과는 거리가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냥 있는 것을 쓰면 된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구하면 된다. 자연이 허락하는 만큼 받아들이고 아니면 그뿐이다. 그렇게 살다가 때가 되면 왔던 곳으로 돌아가면 된다. 이 영화의 주제의식은 안분지족安分知足에 훨씬 가깝습니다. 

 

... 쓰고보니 뭐 이렇게 어렵나요. 위의 무수한 헛소리들을 무시하고서라도 눈뽕과 귀르가즘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인 다큐멘터리입니다. 말레이시아 바다의 맑고 건강한 에너지를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제임스 리드', '제임스 모건' 감독, <바다의 사냥꾼 자고>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 본 블로그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글에서 다루는 작품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댓글", "포스트를 자신의 블로그로 유인하는 데 이용하려는 댓글", "무분별한 맞팔로우 신청 댓글" 등은 삭제 후 IP 차단될 수 있습니다.

 

 

"좋아요", "댓글""구독"

 

은 블로거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