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Series/Thriller

본건 있어 가지고 _ 대만 TV 시리즈 괴기특급

그냥_ 2019. 8. 30. 23:30
728x90

 

 

# 0.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어떤 느낌을 전달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습니다. 감독은 뭐하는 사람인지 이전에 존재하는 건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193분에 걸쳐 방향성 없는 이미지 과잉이 펼쳐집니다. 중2병 돋는 앵글에 뒤틀린 어미 같은 과장된 연기가 담깁니다. 구청에서 찍어낸 관광지 기념품 같은 싼마이 질감과, 스노우 어플 느낌의 뽀샤시 필터와, 난... ㄱㅏ끔... 눈물을 흘릴... 것만 같은 싸이월드 감성 흑백처리가 애저녁에 죽은 기괴함을 살려보려 인공호흡을 합니다. 감독 자신조차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는 듯합니다. 어디선가 본 멋있어 보이는 것들을 마구잡이로 수집해 카피하고 있다는 인상입니다.

 

 

 

 

 

 

 

 

대만 TV쇼 넷플릭스 시리즈,

『괴기특급 :: Til Death Do Us Part』입니다.

 

 

 

 

 

# 1.

 

미스터리물은 ⑴ 상황은 명확하되 서사의 해석이 열려있거나, ⑵ 서사를 명확하게 전달하되 상황이 반전되는 결말을 준비하거나, ⑶ 묘사에 중의성을 만들어 호기심을 유발하는 게 일반적입니다만 이 시리즈는 전반적으로 상황도 서사도 모호한 가운데, 묘사는 필요한 부분에선 빈약하고 불필요한 부분에선 쓸데없이 자세합니다. 장르 매력은 유니클로 고객들처럼 온데간데없이 사라집니다. 이야기 밀도는 대마도처럼 한산합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조차 버거울 만큼 대단히 불친절하다는 인상입니다. 읭? 하면서 보다가 끵? 하면서 끝납니다. 7편 모두 말이죠.

 

<뺑소니>는 루프물로 시작해 나폴리탄 괴담식으로 마무리됩니다. 인물 관계에 단서가 있는 미스터리물인 것처럼 각을 잡다가 결말에서 모든 것들을 허망하게 날려버립니다. 두 주인공의 관계와 대만의 공포 괴담이라는 설정만 덩그러니 버려둔 채 나머지는 니가 알아서 상상하라는 식입니다. 설정은 빈약하고 묘사는 빈곤해 서사가 비빌 언덕이 없습니다. 단적으로 이 병신들은 왜 길거리에 쳐 나가는 걸까요. 루프의 법칙을 알았다면 그냥 학교에서 하룻밤만 자면 아니 최소한 11시 50분이라는 특정 시간까지만 영화 한 편 땡기고 모바일 게임하면서 뭉개면 되는 것 아닌가요? 설마 건물 고층에 차가 날아올리는 없잖아요? 이 에피소드는 이 단순한 질문 하나 극복하지 못합니다.

 

 

 

 

 

 

# 2.

 

나폴리탄 괴담식으로 관객의 상상력을 최대한 활용할 요량이었다면 상상력을 펼쳐볼 만한 다채로운 단서들과 루프에 관한 법칙이라도 제공했어야 합니다. 저렴한 홈페이지에 띄운 그럴싸해 보이는 민담 대신 루프의 법칙을 2주에 걸쳐 쓴 의학논문처럼 치밀하게 만들었어야 합니다만 전혀 그러지 못합니다. 나폴리탄 특유의 디테일하고 괴기한 설정들과 루프물의 서사성이 결합되는 게 아니라, 나폴리탄 특유의 무책임함에 루프물의 식상함을 접붙이기합니다. 상체는 사람, 하체는 물고기인 인어공주를 기대했더니, 상체가 물고기, 하체가 사람인 어인을 데려다 놓은 꼴이죠.

 

<암고양이>는 단연 최악입니다. 수박이나 호랑이나 특유의 질감이나 등장인물의 배치나 역겨운 대사와 표정 모두 무언가를 강하게 암시하거나 은유하고 있다는 티는 팍팍 내는 데, 서사와의 결합은 전혀 작동하지 않습니다. 여자는 뭐고, 남자는 뭐고, 저 남자는 왜 저러고, 여자가 바람이 나는 데 남자는 왜 저렇게 쩔쩔매며, 꼬추는 왜 안 서고, 여자는 미친년도 아니고 갑자기 호랑이 우리에 제 발로 들어가서 비명을 지르고, 죽었나 했더니 우리 안에 살고 있으면서, 생고기를 수 kg 씩 처먹고는 수박을 애피타이저로 냠냠하더니, 그걸 본 남자는 화를 냅니다?

 

그래서 므요, 으쯔라구요.

 

 

 

 

 

 

# 3.

 

칠흑같이 어두운 여름밤 이불 싸매고 불빛 하나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괴기한 이야기를 듣는 걸 기대한다면 이 작품이 돌려드릴 건 수박바 밖에 없습니다. '괴기함'이란 너무도 익숙해 간과하던 무언가가 현실 속에서 비틀어질 때 생기는 감정일 텐데요. 이 작품은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정서에 대한 최소한의 고찰조차 없습니다.

 

기괴한 이야기를 열심히 다듬어 사람들을 오싹하고 즐겁게 하겠다기보다는 예술가 놀음에 장단을 맞춰줄 사람들을 찾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 예술적 소양이라는 게 뛰어나기라도 하면 또 모를까 전혀 그렇지도 않죠. 전형적인 홍대 아티스트 병 오지게 걸려 화통 뒤에 메고 병맥주 들고 싸돌아다니는 예대 학부생들의 어설픈 졸업작품을 영상화한 느낌이랄까요.

 

<애완동물 금지>는 드라마입니다. 괴기한 지점이 1도 없죠. 세 들어 살던 미혼모 창부가 약 잘못 먹고 죽고, 어린 딸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도입에 나온 쥐 사체는 관객을 상대로 한 장난질입니다. 중반부에 버려진 아기 고양이도 억지로 동원된 인과입니다. 고양이 냄새는 모래로 덮으면 된다는 말을 하자마자, 고양이 귀가 얹어진 엄마 사진을 들이미는 건 복선이 아니라 이 여자 죽을 거라는 광고라고 봐야 하죠. 나름 서정적이고 아이 둘의 연기도 귀여워 굳이 이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볼만한 완성도의 에피소드라면 『애완동물 금지』를 꼽아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좋은 괴담이 되는 건 아닙니다.

 

 

 

 

 

 

# 4.

 

시리즈에서 가장 어처구니가 없는 지점은 '사건의 층위를 떨어트리는 것을 반전으로 삼는다'는 점입니다. 초현실적인 상상은 현실적인 무언가로, 현실적인 무언가는 망상적인 무언가로 떨어트립니다. 일부러 재미없게 만들겠다고 작정이라도 한 걸까요?

 

<완벽한 무결점>은 결국 왠 쾡한 여자 하나가 온갖 쌩쑈를 하지만 '우와~ 이 모든 게 다 정신병자의 머릿속에서 일어난 거야!' 라는 반전 하나 보고 가는 이야기입니다. 진심으로 이게 오싹할 거라 생각하고 쓴 시나리오라구요? 이건, 멍청한 거죠. '정신병자의 머릿속에서 있었던 일인 줄 알았는 데, 사실 진짜 벌어진 거였어!' 여야 쫄 거 아닙니까?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이 무서운 건 설사 계모가 '수미'의 환상 속 인물이라 하더라도, '수연'은 실제 인물이며 이 인물이 '수미'의 책임으로 죽은 것은 현실이라는 것과, 그녀의 망상과는 별개로 저택에 실제로 귀신은 존재했었다는 지점입니다. 만약, 계모와 더불어 '수연'의 존재도, 귀신의 존재도 몽땅 망상이었다면 그건 반전이 아니라 기만이 되겠죠. 네, 이 작품이 그 기만을 하고 있습니다.

 

 

 

 

 

 

# 5.

 

<비극의 로그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주인공이 사칭하고 있는 '릴리'라는 여자가 이미 죽은 덕(?)에 관객들이 그녀 앞에 나타나는 SNS 메시지와 죽은 여자의 모습을 초현실적인 무언가로 몰입하려는 찰나! 감독이 스스로 이 모든 일들을 현실 속 남자 친구의 짓이란 층위로 떨어트립니다. 마지막 같잖은 반전 결말이 공개되어버린 순간, 이 에피소드 역시 괴담이 아니라 이젠 너무도 식상한 SNS 관종과 관련된 양산형 범죄 스릴러로 전락해버리는 거죠.

 

 

 

 

 

 

# 6.

 

우리나라로 치면 딱 2000년 언저리의 세기말 감성이 전반적인 에피소드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시절의 정서라는 것이 주는 특유의 매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것이 작품의 완성도를 극복하는 것은 아니거니와, 그 매력이란 것 역시 어디까지나 그 시대에나 통용되던 이야기죠. 애초에 이 시리즈는 그다지 잘 만들어진 시리즈도 아닐뿐더러 지금은 세기말도 아닙니다.

 

80년대 전후 중흥기를 보냈던 홍콩 영화나 일본 영화, 2000년대 이후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영화, 대자본을 바탕으로 물량의 힘을 과시 중인 인도 영화, 중국 영화 사이에서 대만의 영상 제작물이 몇몇 청춘 영화를 제외하고는 전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한 이유를 단적으로 보는 듯합니다. <낙원 리조트> 같은 에피소드들에서는 전반적으로 한물간 일본 영화를 재탕해서, 그것도 마이너 버전으로 카피한 듯한 느낌도 너무 짙구요. 저런 저런, 킹 시국에 일본 풍이라니. ㅉㅉ. 대만 TV쇼 넷플릭스 시리즈, <괴기특급> 이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 본 블로그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글에서 다루는 작품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댓글", "포스트를 자신의 블로그로 유인하는 데 이용하려는 댓글", "무분별한 맞팔로우 신청 댓글" 등은 삭제 후 IP 차단될 수 있습니다.

 

 

"좋아요", "댓글""구독"

 

은 블로거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