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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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개봉 74

흙을 먹일 수 있을까 ⅰ _ 스왈로우,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

# 0. 인정합니다. 이 글은 다른 글에 비해 공정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헤일리 베넷'의 열렬한 팬이거든요. 그녀가 조연으로 잠깐 출연했던 만 하더라도 몇 번을 다시 볼 정도로 좋았었는데요. 단독 주연작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는 거겠죠. 영화가 뭐 어떻다구요? 그래서 므요, 으쯔라구요. 1시간 30분 여신 영접했으면 된 거 아닌가요?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 『스왈로우 :: Swallow』입니다. # 1. 영화에 대한 쓸데없는 이야기들은 잠시 치워두고 작품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주연 배우 얘기부터 해 봅시다. 제 아무리 작가주의적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이라 하더라도 캐스팅만으로 주저 없이 티켓값을 지불하게 만드는 배우들이 다들 몇 명씩은 있죠. 저는 우리나라 여배우 중에선 '전도연'과 '문소..

Film/Thriller 2021.02.17

피로 쓴 스탠드업 코미디 _ 헌트, 크레이그 조벨 감독

# 0. 엄마가 해 줬던 이야기가 있어요. 토끼와 거북이가 나오죠. 토끼는... 재수탱이였어요. 늘 뻐기기만 했죠.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빠르다면서요. 사실이긴 했어요. 달리기를 할 때마다 항상 이겼으니까요. 온 숲이 그 자랑을 듣고 또 들어야 했죠. 재수탱이는 뽐내기 위해 늘 경주를 하려고 했고, 거북이는 생각했어요. '내가 한번 해 볼까?' 토끼는 비웃었어요. '아이고, 재밌겠다 어디 해 보실까?' 거북이에게 먼지를 날리며 토끼는 출발했죠. 엄청 앞서간 거예요. 당연하죠, 토끼는 언제나 이기니까. 하지만 토끼는 막상막하의 경기로 재미를 더하고 싶었고, 멈춰서 낮잠을 잤어요. 하지만 계획보다 오래 잤고. 깨어났을 무렵엔 엿 됐다는 걸 알았죠. 전속력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늦었어요. 거북이가 결승선을 먼저..

Film/Action 2021.02.06

3단변신로봇 _ 인비저블맨, 리 워넬 감독

# 0. 하나의 영화처럼 보이지만 사실 서사를 부분적으로 공유하는 세 장르물이 접붙여져 있는 쪽에 조금 더 가까운 작품입니다. 인트로 아카펠라, 발라드, 기타 솔로, 오페라, 하드 락, 아우트로의 6개 부분으로 구성된 '퀸'의 처럼 이 영화는 전반부, 중반부, 종반부에 걸쳐 각기 다른 세 장르로 명확히 구분되어 있습니다. '리 워넬' 감독, 『인비저블맨 :: The Invisible Man』입니다. # 1. 전반부 장르는 호러입니다. '세실리아'가, 잠든 '애드리안' 몰래 집을 벗어나는 6분. 결코 짧다 할 수 없는 긴 시간 동안 아무런 대사도, 음향도 없이 감독은 영화의 분위기를 최대한 침전시킵니다. 가장 내밀한 공간인 침대, 그중에서도 '애드리안'의 끌어안은 손아귀에서 출발한 주인공은 수많은 공간과 ..

Film/Horror 2021.01.09

유망주는 유망주 ⅱ _ 콜, 이충현 감독

유망주는 유망주 ⅰ _ 콜, 이충현 감독 # 0. 연출이 능숙합니다. 포인트마다 연출자의 의도와 대화하고 있다는 기분 좋은 감각이 전달됩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김은희 작가의 『시그널』이 연상되지 않을 수는 morgosound.tistory.com # 13. 후반부 아쉬운 서사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구요. '영숙'을 거론한 김에 배우와 배역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까요. 단편 영화 으로 주목받았던 '이충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이목이 집중되긴 했습니다만. 영화에서 활용하는 공간 연출과, 서사를 전개하는 방식, 논란의 결말부와 같이 감독의 존재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이런 류의 영화는 늘 배우의 영화, 특히 '악역'의 영화가 됩니다. 이 작품에선 '전종서'죠..

Film/Thriller 2021.01.07

유망주는 유망주 ⅰ _ 콜, 이충현 감독

# 0. 연출이 능숙합니다. 포인트마다 연출자의 의도와 대화하고 있다는 기분 좋은 감각이 전달됩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김은희 작가의 『시그널』이 연상되지 않을 수는 없겠습니다만, 그럼에도 이 정도면 아이템의 구성과 테마의 차별점 역시 충분히 참신해 보입니다. 캐릭터도 매력적이고 음악도 불필요한 이물감 없이 작품에 잘 녹아들고 있으며 배우의 연기 또한 대부분 탁월합니다. 반면, 서사는 아이템의 잠재력을 충분히 살려냈다 할 수 있을 만큼 미려하지는 못합니다. 편의적인 전개 역시 다수 발견됩니다. 적지 않은 아이템들이 작품과 따로 놀고 에너지를 폭발시키고 스트레스를 해소해줘야 할 결말은 다소 실망스러우며 쿠키 영상은 그 실망스러운 결말만큼도 못합니다. 감각은 살아 있지만 보고 싶지 않은 ..

Film/Thriller 2021.01.06

'거의' 완벽한 단편 _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윌 맥코맥 감독

# 0. "굉장히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영화인데... 다들 아실 거라 믿어요... 너무 크~은 단점을 갖고 있어요. 그 큰~ 단점이 장점들을 다 먹어요(?)" '윌 맥코맥', '마이클 고비어' 감독,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 If Anything Happens I Love You』입니다. # 1. 거의 완벽한 단편입니다. 감수성을 자극하는 펜선의 질감이 인상적입니다. 화풍은 특별히 과장되지도 특별히 빈곤하지도 않아 정서와 서사에 편안하게 안착하도록 돕습니다. 물리적인 움직임과 이면에 담긴 심정을 표현한 그림자가 분리되지 않고 한데 어우러지는 연출은 능숙합니다. 현실의 공간과, 기억 속 공간과, 심리적 공간을 문학적으로 넘나들고 교차하고 어우러지는 모습이 유려합니다. 관객으로 하여금 분노와 스..

Film/Animation 2020.11.27

샤프디의 시선 _ GOLDMAN v SILVERMAN, 사프디 형제 감독

# 0. Rod Goldman and Al Silverman are street performers who work the tourist scene of Times Square. Goldman gets no respect and Silverman is the first one to make sure of that. '베니 샤프디', '조쉬 샤프디' 감독, 『GOLDMAN v SILVERMAN』입니다. # 1. 도시의 밤은 낮보다 밝습니다. 밝은 빛은 대부분 무언가의 광고입니다. 몇몇은 웃고 있지만 보통은 무표정한 얼굴로 바삐 지나갑니다. 자기 눈으로 무언가를 보기보단 스마트폰 카메라를 거쳐 보는 게 익숙합니다. 간혹 공연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공연보다는 조롱이, 조롱보다는 갈등이 조금 더 이목을 끕니다. ..

Film/Drama 2020.11.12

몽마르트 파파'즈 썬 _ 몽마르트 파파, 민병우 감독

# 0. 아버지는 소싯적 낚시를 참 좋아하셨습니다. 보통 남편이 낚시를 좋아하면 가정생활이 순탄치 않다고들 합니다만 다행스럽게도 저희 어머니는 텐트 안에서 과일 도시락을 까먹으며 라디오를 듣거나 선선한 바람 맞으며 천천히 바닷가 거니는 걸 즐기시는 분이셨기에 갈등은 없었죠. 유별난 아버지 덕분에 저의 유년기를 담은 사진과 영상들은 대부분 멀리 수평선과 방파제, 부둣가에 떠내려온 불가사리를 배경으로 한 것들이었습니다. 벌써 수십 년도 더 된 이야기이지만 지금까지도 가족들이 모일 때면 가끔 찾아보며 즐겁게 담소를 나누곤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저희 집 홈비디오를 생판 남인 여러분이 보셔도 재미있을까요?! '민병우' 감독, 『몽마르트 파파 :: Montmartre de Papa』입니다. # 1. 가장으로서 ..

회색지대의 남자 _ 그 남자의 집, 레미 위크스 감독

# 0. 바다 건너 영국 땅에 닿은 난민 부부 '볼'과 '리알'의 이야기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던 아프리카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삶의 과정 전체를 폭력적으로 압도하는 난민이라는 정체성. 상반된 두 정체성이 과격하게 충돌하는 동안의 심리적 불안을 오컬트 풍의 공포감으로 치환해 감각화한 작품입니다. '레미 위크스' 감독, 『그 남자의 집 :: His House』입니다. # 1. 어느 국가 어느 부족의 어떤 사람이었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살아왔는가, 어떤 과정을 거쳐 영국에 도착했는가, 새롭게 정착하게 된 곳에서의 생활을 앞두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가 역시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선한 사람들입니다."라는 '볼'의 말은 영국 난민청 직원들에게 전혀 고려되지 않습니다. 그들의 진심은..

Film/Horror 2020.11.04

의식의 흐름 _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신정원 감독

# 0. 타고나길 공부와는 거리가 먼 학생이었습니다만 수능은 유난히도 거하게 조졌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매년 시월 즈음해서 슬럼프에 허덕이는 빌어먹을 바이오리듬의 인간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당시는 무지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나는군요. 여하튼 그 때문에 직장생활을 할 때나 프리랜서 생활을 할 때나 연중에 휴일을 거의 가지지 않다가 시월에 몰아 쓰는 게 버릇이 되고 말았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휴가를 몽땅 집안에서 태웠습니다만 작년엔 제주를 다녀왔었더랬죠. 자전거를 타고 일주를 했었는데 그거 해보겠답시고 여행도 전부터 운동을 미리 하느라 똥줄 탔던 기억입니다. 참, 그러고 보니 그때 당시 한창 다니던 피트니스 클럽이 최근에 문을 닫고 그 자리에 빵집이 생겼더라구요. 쓱 스쳐 지나가는 길에 소시..

Film/Comedy 2020.11.01

악행은 합리화될 수 있는가 _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안토니오 캄포스 감독

# 0. 테마는 선명합니다. 정당한 악행의 연쇄. 명분과 정의가 악행을 합리화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이죠. 영화에서 지칭하는 '사라지지 않는 악마'는 악의에 가득 찬 특별한 살인마가 아닙니다. 자기 명분에 한껏 충전되어 정의로운 악행을 저지르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어느 시골마을 사람들의 살인사건으로 배경을 제한하고 이를 위해 기꺼이 오프닝 시퀀스를 할애한 건 이후 벌어지게 될 무수히 많은 선량한 악행들에 보편성을 불어넣기 위함입니다. '안토니오 캄포스' 감독,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 The Devil All the Time』입니다. # 1. 주요 인물들은 모두 각기 다른 배경과 다른 동기와 다른 성격과 다른 철학을 가진 사람들입니다만, 단 한 가지. 자기 나..

Film/Thriller 2020.10.05

싸가지 _ 에놀라 홈즈, 해리 브래드비어 감독

# 0. 무례합니다. 영화가 싸가지가 없어요. 메시지, 보다 정확히는 특정한 이념을 위해 서사와 캐릭터와 표현과 연출 심지어 관객 경험까지 복무시키는 영화입니다. 이럴 거면 왜 굳이 힘들게 영화를 하나요. 그냥 시민운동을 하시지. '해리 브래드비어' 감독, 『에놀라 홈즈 :: Enola Holmes』입니다. # 1. 현시대의 성갈등에 대한 개개인의 가치판단 여하와는 별개로 19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한 여성의 자기실현은 충분히 창작자의 구미를 당길법한 소재임엔 분명합니다. 윌리엄 올드로이드의 『레이디 맥베스』와 같은 영화들은 다시 봐도 강렬하고 매혹적이죠. 하지만 당위만으론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가치를 어떻게 쟁취하고 실현하고 설득할 것인가가 본질이죠. 드라마의 감동은 특정 가치와 메시지를 쟁취하는 치..

Film/Thriller 2020.09.26

삭제하시겠습니까? _ 소셜 딜레마, 제프 올롭스키 감독

# 0. 무수히 많은 하자로 점철된 인격임에도 그나마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만한 장점이라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블로그질을 시작하며 글을 간단히 소개하는 트위터,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 꾸린 적은 있습니다만 그마저도 더 이상 업데이트하고 있지 않죠. 참 잘했어요. 박수 세 번 짝짝짝. '제프 올롭스키' 감독, 『소셜 딜레마 :: The Social Dilemma』입니다. # 1. 다다익선 多多益善. 일반적으로 소통은 언제나 긍정적인 것이라 생각됩니다. 정보를 공유하는 것 역시 언제나 긍정적인 것이라 생각됩니다. 보다 많은 소통과 보다 많은 정보의 공유는 사람들의 시야를 풍부하게 만들고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게 만들어 사회를 보다 평화롭고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는 건 오랜 시간 동안..

Documentary/Social 2020.09.24

겉멋 올인 -2- _ #살아있다, 조일형 감독

이전글 : 겉멋 올인 -1- [#살아있다, 조일형 감독] # 9. 아기자기한 트랩과 북유럽 감성 자연주의 텐트를 뚝딱 만들어 재끼는 작고 귀엽지만 생존력은 만렙인 똘똘한 여캐 는 인간적으로 너무 식상한 것 아닐까요. 대체 왜 자기 집 거실 한복판에서, 썩어 나는 조명에도 불구하고 촛불을 켜 놓은 채, 담요를 둘둘 감아 만든 아동용 임시 텐트 안에서, 불편하게 대기를 타는 건지 1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아무래도 감독님이 영화를 찍을 즈음해서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육아 예능에 꽂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 한 방울이 아까워 날짜별로 마킹해 한 모금 한 모금 아껴 마셔야 하지만 화분에는 물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갬성충 유빈의 모습은, 감독이 자신이 지금 뭘 만들고 있는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Film/Horror 2020.09.10

겉멋 올인 -1- _ #살아있다, 조일형 감독

# 0. 한없이 어색한 디스코드 대화가 등장하는 순간. 좀비가 된 아이가 단아하게 걸어와 "엄마 어딨어"를 내뱉는 순간. 눈 앞에서 딸이 엄마를 물어뜯는 아비규환을 목격했음에도 우리의 주인공이 걸쇠 하나 걸지 않고 문을 열어재끼는 순간. 갑툭튀한 옆집 남자와 전혀 이해되지 않는 억지스러운 대화를 주고 받고 그 남자가 밑도 끝도 없이 화장실을 쓰겠다 말하는데 그걸 냉큼 받아주는 순간. 때 마침 세상 편리하게도 TV 앵커는 정확히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는 설명충을 자처하고. 배경 설명이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 옆집 남자가 각기춤을 선보이는 순간. '유아인'이 댄스 장인을 현관문을 향해 밀치자 마치 누가 손잡이를 돌려 잡기라도 한 듯 문이 쉽게 열리는 걸 목격하는 순간. 정확히 10분 만에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

Film/Horror 2020.09.09

토끼와 여우 _ 프로젝트 파워, 헨리 유스트 / 아리엘 슐만 감독

# 0. 센스로 비비는 민첩케 '조셉 고든 래빗'이 영화 내내 빵야빵야 악당들 죽입니다. 올 스텟 만능형 군인 '제이미 폭스'가 영화 내내 투닥투닥 악당들을 때립니다. 학교 땡땡이치고 마약 밀매를 일삼는 중범죄자지만 심성만은 착한 차세대 래퍼 '도미니크 피시백'이 서폿을 뜁니다. 끝~~~~~ '헨리 유스트', '아리엘 슐만' 감독, 『프로젝트 파워 :: Project Power』입니다. # 1. 믿기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만 정말 그게 전부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더는 없어요. 인물들이 어떤 가치나 철학을 표상하고 있다거나, 단단한 기반의 플롯을 감싸는 내러티브를 즐긴다거나, 시나리오를 지배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다거나, 독창적인 캐릭터성과 배우의 연기력을 즐긴다거나, 심미적이고 은유적인 세계관이나 미장..

Film/Action 2020.09.04

첫 단추의 중요성 _ 도시괴담, 홍원기 감독

# 0. 살짝 번아웃이 와서 이글까지만 쓰고 보름 정도 짧게 블로그질을 쉴 생각입니다. 원래는 가스파 노에 감독의 『러브』까지만 쓰고 쉬려고 했는데 짧은 런타임에 혹해서 본 국산 호러물에 마음이 동해 한편을 더 남기게 됐네요. '홍원기' 감독, 『도시괴담 :: Goedam』입니다. # 1. 기대 이하의 노잼입니다. 만, 사실 당연한 결과입니다. 잠시만 생각해보면 이건 감독의 역량과 무관하게 기획단계에서부터 망할 수밖에 없는 프로젝트거든요. # 2. 마지막화 을 제외하면 모든 에피소드들이 짧으면 7분 길면 8분입니다. 그마저도 마지막 2분은 엔딩 크레디트이죠. 말인즉 호러물이 성립하기 위한 최소한의 뼈대 1. 기본적인 배경과 주인공 소개 2. 위화감을 형성하는 오싹한 분위기 조성 3. 웅장한 음악과 함께 ..

Series/Horror 2020.08.22

유지 보수 완료 _ 엄브렐라 아카데미 시즌 2, 스티브 블랙먼 감독

# 0. 히어로가 되고 싶은 찐따들이 종일 징징대다 시밤쾅 달 날려버리고 빤스런하는 드라마, 『엄브렐라 아카데미』의 두 번째 시즌입니다. 이전 시즌의 리뷰에서 '시즌 2는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수습을 위해서라도 만들어야 한다'라 말씀드렸었는데요. 어쨌든 차기 시즌은 나왔고. 이번에도 보고 말았습니다. 역시, 본전 생각이 이렇게나 무섭습니다. '제라드 웨이' 원작, '스티브 블랙먼' 감독, 『엄브렐라 아카데미』 시즌2 입니다. # 1. 리뷰에 앞서 지난 시즌의 글을 다시 읽어 봤습니다. 지배적인 설정과 큰 줄기만 잡아 놓은 채, 무지막지하게 조잡한 요소들을 무지막지하게 많이 모아 모자이크처럼 붙여 놓았다 말씀드렸었네요. 시리즈를 지배하는 가장 큰 정서는 죽은 사이코패스 아빠에 대한 '징징거림'이며, 전체 ..

Series/SF & Fantasy 2020.08.18

방트키 _ 라바 아일랜드 무비, 안병욱 감독

# 0. 국산 애니메이션 의 스핀오프 시리즈 의 극장판입니다만... '안병욱' 감독, 『라바 아일랜드 무비 :: The Larva Island Movie』입니다. # 1. 말로만 극장판이지 사실상 본편 에피소드들의 요약 편집본에 가깝습니다. 이미 를 보신 분이라면 충분히 지루할 수 있을 정도라 굳이 이 영화를 보지 않아도 좋다 말씀드릴 수 있을 정도죠. 물론 어차피 정주행 하신 분들이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궁금해서라도 보실 테지만요. 주요 내용 대부분은 본편에서 통으로 가져오긴 합니다만, 그래도 말미에 아일랜드 이후 레드와 옐로우가 어디 정착하게 되는지를 알 수 있다는 점 정도가 조금의 위안은 될 수 있겠네요. 아무래도 망망대해 한가운데 놓인 외딴섬이라 오리지널 시리즈 특유의 어두침침하고 꿉꿉하고 지..

Film/Animation 2020.07.31

정도껏 하지 ⅱ _ 정도, 진덕삼 감독

정도껏 하지 -1- [정도, 진덕삼 감독] # 0. 무슨 일이든 편견을 가진다는 건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누적된 경험이 만든 귀납적 결과가 무조건적으로 무시되는 것 역시 합리적이지는 않습니다. 드라마의 경우엔 『 morgosound.tistory.com # 10. 아직 영화가 절반이나 남은 줄 미처 몰랐던 동일롱과 진강은 열심히 추훈을 설득합니다. 설득의 내용이라는 건 '천하제일 무술대회를 우승해 대장군이 되고 나면 관 태사를 탄핵할 수 있지 않느냐'는 거네요. 그러니까 관 태사는 스스로 대회를 열어 자신만큼 권력이 큰 직책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거군요. 동시에 누가 될는지는 몰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우승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대평가 토너먼트 대회의 후보자들 허리춤에 쇠사슬을 끼워 넣은..

Film/SF & Fantasy 2020.07.30

정도껏 하지 ⅰ _ 정도, 진덕삼 감독

# 0. 편견을 가진다는 게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누적된 경험이 만든 귀납적 결과가 무조건적으로 무시되는 것 역시 합리적이지는 않습니다. 드라마의 경우엔 『대군사 사마의』나 『삼국』과 같은 고퀄리티 작품들도 곧잘 나오곤 합니다만 영화. 그중에서도 거대 자본이 투입된 의 경우엔 무지막지한 숫자의 자국 관객만을 타깃으로 한 상업적 성공과, 중화사상 고취를 목적으로 한 체제 선전물이었던 경우가 다반사였던 것 역시 엄연한 사실이죠. '멧 데이먼'의 필모그래피에 만리장성보다 더 큼지막한 오점을 새긴 『그레이트 월』은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의 아이돌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중국의, 그것도 판타지 역사 영화. 관객이 지레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Film/SF & Fantasy 2020.07.30

빈집털이는 아무나 하나 _ 올드 가드, 지나 프린스 바이더우드 감독

# 0.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특유의 공산품 냄새가 이렇게나 짙게 나는 영화는 오랜만이네요. 『엔드 게임』을 끝으로 잠시 숨 고르기 중인 끝판왕의 공백을 틈타 빈집을 털어 보겠다는 속셈인 걸까요. '지나 프린스 바이더우드' 감독, 『올드 가드 :: The Old Guard』입니다. # 1. 『맨 프롬 어스』에서 본듯한 시대를 초월하는 '불사'능력과 『매드 맥스』에서 본 듯한 주연 배우의 이름값과 『어벤저스』에서 본 듯한 슈퍼 히어로물의 상업적 승리 공식들에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액션 시퀀스들을 적당히 가져와 이어 만든 영화입니다. # 2. 주인공은 몸을 사리지 않는 호쾌한 액션 능력과 카리스마 넘치는 중성적 매력을 겸비한 남녀노소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샤를리즈 테론'입니다. 영화를 끌고 나가게 ..

Film/Action 2020.07.17

달이 아름답네요 _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 리 토시오 감독

# 0. 코스프레에 재능 있는 아내와 연기파 직장인 남편입니다. 저 정도 손재주와 미모면 그냥 직장 생활 관두고 유튜버로 전직하면 떼돈 벌거 같은데요. 아직 한창인 3년 차에 이혼 같은 뻘소리 하지 말고 저랑 골드 버튼이나 노려보는 게 어때요? '리 토시오' 감독,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 :: 家に帰ると妻が必ず死んだふりをしています』입니다. # 1. 범용성 높은 가족 코미디를 늘어놓은 후 마지막 신파의 폭풍으로 한방을 노리는 한국식 드라마 영화들에 반해, 일본의 드라마 영화들은 만화적인 모에캐의 카와이かわいい한 덕후 감성으로 분량을 때운 후 안분지족安分知足식 교훈극으로 승부를 보고자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 영화는 그런 보편적인 일본 드라마 영화의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네요..

Film/Comedy 2020.07.09

왜 이러는 걸까 ⅱ _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

왜 이러는 걸까 ⅰ _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 # 0. 적지 않은 영화들을 봐오는 동안 얕게 이해한 영화들도 잘못 이해한 영화들도 많았습니다만, 그래도 뭐 하자는 건지조차 모르겠다 싶었던 영화는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아무래도 morgosound.tistory.com # 6. '잭 모건'이라는 아저씨가 등장합니다. 집채만 한 성조기 때문에 대단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역시나 중요한 인물은 아닙니다. API 관리도 하는데 우회 프로그램도 같이 파는... 공무원 아저씨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WARNING 사이트 우회하는 VPN 같은 거 말이죠. 비밀 남친이 부패 공무원을 만나 쇼핑하는 동안 우리의 MIT 출신 천재 해커 누나는 위조지폐를 만들며 '선수 입장' 각..

Film/Action 2020.06.16

왜 이러는 걸까 ⅰ _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

# 0. 적지 않은 영화들을 봐오는 동안 얕게 이해한 영화들도 잘못 이해한 영화들도 많았습니다만, 그래도 뭐 하자는 건지조차 모르겠다 싶었던 영화는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아무래도 이 영화가 그 첫 번째가 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왜 이러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 :: The Last Days of American Crime』입니다. # 1. 대체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캐릭터와는 무관하게 X나 느끼한 말투로 허세를 부리는 데 대체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캐릭터들을 다 소개받기도 전에 항마력이 남아나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거의 모든 대사는 도치되어 있거나 문학적 수사로 떡칠되어 있습니다. 거의..

Film/Action 2020.06.15

낙선 ⅱ _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

낙선 ⅰ _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 # 0. 정치인이 등장하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풍자극이라는 거죠. 자고로 풍자극이라 함은 1. 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권력층을 대상으로 해야 하고 2. 비꼼에 위트와 내 morgosound.tistory.com # 8. 앞선 글에서 거짓말이라는 아이템을 규정하고 변주해 만들어냈어야 할 내러티브가 통채로 붕괴되어 있다 말씀드렸는데요. 일관성의 근거가 될 플롯이 붕괴했다면 이야기로서의 짜임새와 연출의 완성도는 보나 마나겠죠. 얼마나 개떡 같은 이야기를 풀어놓았을지 짚어볼까요? # 9. 저주에 걸린 첫날 라미란은 남편과의 아침 식사에서 자신이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걸 이해했습니다. 차량을 통해 이동하며 다시금 확인까지 했죠. 당연히 스케줄을 ..

Film/Comedy 2020.06.09

낙선 ⅰ _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

# 0. 정치인이 등장하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풍자극이라는 거죠. 자고로 풍자극이라 함은 1. 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권력층을 대상으로 해야 하고 2. 비꼼에 위트와 내용이 있어야 하며 3. 매 순간마다 능청스러운 탈룰라각을 잡아놔야 합니다. 4. 세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디테일의 참신함과 5. 희극적 결말에 도달하는 동안의 페이소스까지 지켜진다면 더욱 훌륭하겠죠. 놀림감이 된 정치인들이 성질이 뻗혀 톰처럼 쫓아오는 동안 제리처럼 유유히 도망 다니는 감독의 재치로부터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이를 성공하지 못한다면 정치 풍자해 보겠답시고 관객 호응 유도나 하다 사라진 개콘 꼴이 되고 말겠죠. '장유정' 감독, 『정직한 후보 :: HONEST CAND..

Film/Comedy 2020.06.08

배드에스 안티테제 _ 해브 어 굿 트립, 도닉 케리 감독

# 0. 마약은 하면 안 됩니다. 해보진 않아서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보통 나쁘고 위험하고 건강에도 안 좋고 뭐 그렇다고들 하죠. 하지만 그 나쁘고 위험하다는 이미지 때문에 역으로 그것을 감수하는 순간의 자신이 멋있어 보이는 것만 같은 착각과 유혹에 빠지기도 합니다. '도닉 케리' 감독, 『해브 어 굿 트립 :: Have a good trip』입니다. # 1. '제이슨 라이트만' 감독, '아론 에크하트' 주연의 『흡연, 감사합니다』라는 영화를 아시나요. 달변가 사기꾼이 담배 팔다가 아들 숙제 몇 번 도와주고 금연 패치로 암살당할 뻔한 후 컨설턴트로 전업한다는 영화인데요. 그 작품을 보다 보면 주인공 '투페이스'가 대중들에게 담배를 팔아먹기 위해 매스미디어를 활용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Documentary/Social 2020.05.20

내 실수였어 _ 넌 실수였어, 타일러 스핀델 감독

# 0. 개인적으로 근래 본 모든 영화 중 가장 적절한 제목의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이 영화에는 아주 사소하고 귀여운 '실수'들이 몇몇 있기 때문이죠. '타일러 스핀델' 감독, 『넌 실수였어 :: The Wrong Missy』입니다. # 1. 첫 번째 실수.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 캐릭터가 비호감입니다. 조금 독특한 성격 탓에 평소엔 그닥 주목받지 못하지만 자세히 보면 예쁘고 오래 보면 사랑스러운 그런 풀꽃 같은 여자... 가 아니라 '미시' 얜 그냥 비호감입니다. 아니, 비호감이라는 말도 순화된 표현이구요. 역겹다는 게 더 정확할 지경입니다. # 2. 두 번째 실수. 로맨틱 코미디의 남주인공 캐릭터가 비호감입니다. 주인공이 둘인데 둘 다 비호감이라는 거죠. 내일모레 환갑인 64년생 할아재를 데려다 섹..

Film/Romance 2020.05.17

에임 쩌네요 _ 익스트랙션, 샘 하그레이브 감독

# 0. 무례한 아메리칸의 어드벤처를 위한 신비한 오리엔탈 나라이자 인구수가 많아 몰려드는 사람들을 저렴하게 죽이기도 편리하고 비명 지르는 엑스트라를 떼거지로 충당하기에도 편리한 것으로 취급되는 중동 혹은 남아시아의 어딘가. 헤어스타일은 시간 마다마다 칼같이 매만지지만 덥수룩한 수염만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섹도시발 벌크업 주인공은 삶에 미련은 없지만 작전만 시작되면 진 삼국무쌍을 찍습니다. '샘 하그레이브' 감독, 『익스트랙션 :: Extraction』입니다. # 1. 절대적 분량을 차고 넘치는 액션으로 충당하는 가운데 각각의 액션 시퀀스들은 노골적으로 배경을 달리하며 개별 에피소드화 되어 있고. 주인공의 손엔 5G라도 터지는 건지 딜레이가 전혀 없는 미니맵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데다 그 미니맵을 ..

Film/Action 2020.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