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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Horror

3단변신로봇 _ 인비저블맨, 리 워넬 감독

그냥_ 2021. 1. 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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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하나의 영화처럼 보이지만 사실 서사를 부분적으로 공유하는 세 장르물이 접붙여져 있는 쪽에 조금 더 가까운 작품입니다. 인트로 아카펠라, 발라드, 기타 솔로, 오페라, 하드 락, 아우트로의 6개 부분으로 구성된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이 영화는 전반부, 중반부, 종반부에 걸쳐 각기 다른 세 장르로 명확히 구분되어 있습니다.

 

 

 

 

 

 

 

 

'리 워넬' 감독,

『인비저블맨 :: The Invisible Man』입니다.

 

 

 

 

 

# 1.

 

전반부 장르는 호러입니다.

 

'세실리아'가, 잠든 '애드리안' 몰래 집을 벗어나는 6분. 결코 짧다 할 수 없는 긴 시간 동안 아무런 대사도, 음향도 없이 감독은 영화의 분위기를 최대한 침전시킵니다. 가장 내밀한 공간인 침대, 그중에서도 '애드리안'의 끌어안은 손아귀에서 출발한 주인공은 수많은 공간과 과정을 거쳐 조심스레 집 밖으로 달아납니다.

 

 

 

 

 

 

# 2.

 

'신경안정제' 및 '피임약'이라는 아이템을 애완견 '제우스'에게 장치된 '탈출 방지용 전기 충격기'와 연결시킴으로써, 특별한 대사나 상황 설명 없이도 이 인물이 '애드리안'의 통제와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함을 효과적으로 설명합니다. '제우스'의 움직임에 차량 도난 방지 장치의 경보가 울리며 차곡차곡 누적된 긴장감이 일거에 폭발합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언니 '에밀리'의 등장과 함께 한숨 돌리려는 찰나! <쾅!!!!>

 

네, 전형적인 호러 영화의 전개 방식이죠.

 

 

 

 

 

 

# 3.

 

오랜 친구이자 경찰인 '제임스'의 집입니다. 자신을 구속하고 통제하던 '애드리안'의 폭력으로부터 간신히 달아난 '세실리아'는 친구의 집에 숨어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로부터 '애드리안'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고. 위협이 사라졌다 판단한 '세실리아'는 천천히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하는군요. 오래도록 주저하던 문 밖을 나서 보기도 하고, '애드리안'이 남긴 유산을 지급받아 '제임스'의 딸 '시드니'의 학비를 대는 것으로 주변인에게 보답하기도 합니다. 이어질 두 번째 심리적 낙하를 위해 '세실리아'의 일상을 회복시켜 두는 단계죠.

 

 

 

 

 

 

# 4.

 

빈 방의 위화감에서 출발한 공포는 갑자기 불이 커지는 가스레인지와 홀로 살피는 빈집을 지나, 제 멋대로 움직이는 이불과 이불 위에 새겨진 발자국으로 확대됩니다. 사라진 포트폴리오와, 갑자기 나타난 피 묻은 약병, 언니에게 보내진 악의 가득한 이메일이, 보이지 않는 미지의 존재를 점점 더 선명하게 합니다.

 

이윽고 '시드니'와 '제임스'가 집에서 이탈하며 공포 영화의 환경이 준비됩니다. 소름 돋게 만드는 천장 속 스마트폰에서부터 사다리에 올라 선 인비저블맨에게 페인트를 쏟아붓는 장면까지는 첫 번째 장르인 <호러> 파트의 절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초현실적인 과격한 몸싸움 후 집에서 달아나는 장면에 다다르기까지 정확히 영화 시작 1시간. 첫 번째 장르가 막을 내립니다.

 

 

 

 

 

 

# 5.

 

공포물이 작동하기 위해선 공간을 제한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영화의 전반부 1시간을 지배하던 <'제임스'의 집>이라는 공간을 이탈했다는 건, 공포 영화가 끝났다는 것을 배경을 통해 선언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죠. 주인공 '세실리아'가 '애드리안'의 집으로 향하는 시점과 함께,

 

영화는 두 번째 장르 액션으로 전환됩니다.

 

 

 

 

 

 

# 6.

 

두 번째 장르가 시작되는 시퀀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인비저블맨의 슈트를 공개한다는 점입니다. 호러를 위해서라면 공포의 존재가 모호할수록 유리합니다만, 감독은 누가 물어보지도 않은 슈트의 존재와 작동원리와 위치를 가감 없이 공개합니다. 호러 아니다. 호러 끝났다. 라는거죠.

 

'세실리아'의 뒤를 쫓아온 '애드리안'과의 물리적 충돌 역시 과감히 생략합니다. 심지어 애완견 '제우스'를 동원해 '세실리아'를 '애드리안'의 집에서 편안하게 내보내 주기까지 하죠. 나중에 가선 아예 '애드리안'의 동생 '톰'을 불러다 친절하게 '애드리안'이 살아있으며, 왜 이런 짓을 저지르는 것인지 그 동기까지 설명해주기에 이릅니다.

 

 

 

 

 

 

# 7.

 

주인공의 캐릭터성까지 극적으로 변화합니다. 이전까지의 '세실리아'는 <공포에 질린 수동적 인물>이었다면, 이 지점부터는 <분노에 휩싸인 투쟁적 인물>로 변모합니다.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던, 언니와 친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던 주인공은 온데간데없고. 문서를 떨어트린 사이 펜을 빼돌린 다음 껌으로 트릭을 만들고, 비가 쏟아지는 날씨를 이용해 모략을 펼치는 특수요원으로 탈바꿈합니다.

 

실제 배우의 표현 양식 역시 전혀 달라집니다. '톰'과의 만남 이후 '세실리아'를 연기하는 '엘리자베스 모스'의 표정은 더 이상 공포에 젖은 유약한 피해자가 아닙니다. 거의 분노와 광기의 화신이 된 살인 병기의 표정이죠.

 

 

 

 

 

 

# 8.

 

이 모든 연출 변화는 한 가지 목적에 부합합니다. 이제 액션하자는 거죠.

 

슈트의 정체가 공개되어야, 슈트를 대응하는 방식을 찾아 싸울 수 있고. 슈트를 입은 사람이 누군지 알아야 싸움의 각이 서고. 인비저블맨의 동기를 알아야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불리한 상황을 극복할만한 힌트를 얻을 수 있으며, 주인공이 투쟁적 캐릭터로 변화해야 싸우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죠.

 

정신 병원에서의 씬은 액션 영화의 클라이맥스로서, 앞선 전반부 호러 파트에서 천장을 헤집는 장면과 대응한다 할 수 있습니다. 병원을 지키는 경찰들이 시원하게 썰려나가고, 건장한 경찰 친구 '제임스'가 탈탈 털린 후, 주인공이 쏜 총에 인비저블맨이 빵야빵야 맞는 1시간 40분까지. 이 파트는 마블 영화 못지않은 초현실적 존재와의 사투를 다룬 액션 영화입니다.

 

 

 

 

 

 

# 9.

 

'애드리안'일 것으로 예상했던 인비저블맨이 '톰'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난 종반부. '톰'이 '애드리안'을 가두고 슈트를 훔쳐 인비저블맨으로서 일을 벌였다는 일반의 해석과, '애드리안'이 '톰'을 조종해 사고를 저지르게 한 후 자신의 안위를 위해 가짜 납치를 꾸몄다는 '세실리아'의 해석이 충돌하게 되는데요. 이 마무리의 1시간 40분부터의 13분 동안은 <미스터리 스릴러>로 전환됩니다.

 

도입에서는 공포에 떠는 피해자였고, 중반부에는 이리저리 구르는 특수요원이었던 '세실리아'는, 이전과는 또 다른 이미지로 변신합니다. 도청기를 숨긴 채 검은 드레스를 차려입고 원수의 집에 들어가 두뇌 플레이를 펼치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주인공으로 말이죠. 범행을 부정하는 '애드리안'의 태도로 인해 사건의 전말에 대한 열린 결말이 생기게 되고, 관객은 실제 사건의 주범과 공범이 '그리핀' 형제 중 누구인 것일까라는 고민을 안은 채 앤딩 크레디트를 보게 됩니다.

 

 

 

 

 

 

# 10.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당연하게도, 호러 - 액션 - 스릴러라는 세 장르를 넘나드는 동안의 풍부한 관객 경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칫 연출이 미숙했다간 각각의 매력이 모두 어중간할 수 있습니다만, 감독은 세 파트 모두에서 나름의 성취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합니다. 전반부의 보이지 않는 대상이 옥죄어 오는 공포, 특히나 물리적 위협뿐 아니라 누군가 자신의 일상을 훔쳐본다거나 하는 이미지의 섬뜩한 공포감은 분명 유효합니다. 중반부 병원에서 펼쳐지는 총기 액션의 퀄리티 역시 나름 나쁘지 않죠. 결말의 미스터리 스릴러 또한 그리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관객이 이야기를 되짚게 만들 정도의 흥미는 충분히 불러일으킵니다.

 

 

 

 

 


# 11.

 

단점은 역으로 세 장르 모두 어쨌든 애매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겠죠. 관객에 따라서 누군가는 '호러와 액션과 스릴러를 모두 맛있게 찍먹 했다'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만, 또 다른 누군가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 없이 애매하다'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 12.

 

세 장르 간의 균형 문제도 아쉬움으로 꼽을 수 있을듯합니다. 각각 60분, 40분씩을 할당받게 되는 <호러>와 <액션>은 나름 충분한 시간을 들여 묘사할 수 있었습니다만 스릴러는 아무래도 많이 빈곤합니다. 마지막 13분을 보기 전 1시간 40분 동안, 인비저블맨의 정체에 대한 추리를 즐기는 미스터리물로서의 합의가 전혀 없기 때문에, 편안하게 호러나 액션을 따라온 관객에게 있어서 마지막의 열린 결말은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야"라는 답답함으로 전달된다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캐릭터, 특히 주인공인 '세실리아' 역시 세 장르를 넘어가는 동안 너무 큰 변화를 보이기에, 주인공과 심리적으로 높은 밀착감을 보이는 관객들은 "쟤 지금 뭐하냐?"라는 짜증을 느낀다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결말을 미스터리 스릴러로 마무리 지은 탓에, 호러나 액션 파트에서 암묵적으로 넘어가 주던 무리수들에 대한 위화감을 강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문 좀 닫고 살아라!!" 라거나, "CCTV는 어따 팔아먹었냐?!" 라거나, "어깨빵은 어떻게 피해 다닌 거야?" 라거나, "독방까지 따라 들어가면 어떻게 나올껀데?" 라는 식으로 말이죠.

 

 

 

 

 

 

# 13.

 

개인적으로는 나름 나쁘지 않게,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재미있게 봤습니다. 전작 <업그레이드>에서도 보였던 참신함에서 감독만의 독특한 색채가 느껴지기도 했구요. 다만, 장르 변화가 대단히 과격함에도 그에 대한 완충 장치를 준비해 두는 데에는 미흡하기에, 이에 대한 관객의 이해심이 강요되는 무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 역시 호불호는 감안하셔야겠네요. '리 워넬' 감독, <인비저블맨> 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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