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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SF & Fantasy

유지 보수 완료 _ 엄브렐라 아카데미 시즌 2, 스티브 블랙먼 감독

그냥_ 2020. 8.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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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히어로가 되고 싶은 찐따들이 종일 징징대다 시밤쾅 달 날려버리고 빤스런하는 드라마, 『엄브렐라 아카데미』의 두 번째 시즌입니다. 이전 시즌의 리뷰에서 '시즌 2는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수습을 위해서라도 만들어야 한다'라 말씀드렸었는데요. 어쨌든 차기 시즌은 나왔고. 이번에도 보고 말았습니다.

 

역시, 본전 생각이 이렇게나 무섭습니다.

 

 

 

 

 

 

 

 

'제라드 웨이' 원작, '스티브 블랙먼' 감독,

『엄브렐라 아카데미』 시즌2 입니다.

 

 

 

 

 

# 1.

 

리뷰에 앞서 지난 시즌의 글을 다시 읽어 봤습니다.

 

지배적인 설정과 큰 줄기만 잡아 놓은 채, 무지막지하게 조잡한 요소들을 무지막지하게 많이 모아 모자이크처럼 붙여 놓았다 말씀드렸었네요. 시리즈를 지배하는 가장 큰 정서는 죽은 사이코패스 아빠에 대한 '징징거림'이며, 전체 분량의 절반이 넘는 여섯 개의 화에 걸쳐 지루한 과거 회상을 쳐덕쳐덕 발라두었다 적혀있구요. 애들마냥 죄다 징징거리는 와중에 서로 막말을 일삼고 똑같은 것들끼리 서로가 서로에게 어른이 되어라 일침 놓는 걸 짜증 냈었군요.

 

 

찐따들의 대환장파티 _ 엄브렐라 아카데미, 피터 호어 감독

# 0. 뭔가 하나를 재밌게 즐기고 나면 뽕이 남아 비슷한 걸 더 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여행을 가도, 게임을 해도, 쇼핑을 해도, 영화를 봐도 그렇죠. 이번에도 여지없이 버릇이 터져 『킹덤』으로

morgosound.tistory.com

 

 

 

 

 

# 2.

 

누가 보더라도 가장 짱짱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을 게 뻔한 '바냐'의 정체를 반전이랍시고 내민다는 데 대해서도 혹평을 했었고, 결말의 "졸라 짱쎈 '바냐'가 시밤쾅하고 달을 날려버려 달덩이가 지구에 떨어져 지구가 멸망합니다."를 앤딩으로 준비했다고 쌍욕을 박았었네요. 더군다나 이 짓거리를 저지른 히어로... 아니 이 빌어먹을 빌런 놈들이, 사랑하는 사람들 죄다 내팽개치고 지들만 살겠다고 빤쓰런까지 치는 걸 보며 현타가 왔었네요. 댓글을 찾아보니, 개막장 드라마로 고통받으신 한분은 뇌에 철심을 박아 놓은 듯한 고통을 겪으셨고, 다른 한분은 암에 걸려 죽을 뻔하셨답니다.

 

 

 

 

 

 

# 3.

 

그리고, 시즌 2입니다. 감독도 바보가 아니라면 지난 시즌의 문제점을 모를리는 없을 테니, 어떤 식으로든 해법을 찾아야 했겠죠.

 

시작부터 '바냐'를 기억상실 상태로 만든 건, 감독이 지난 시즌의 문제를 인정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 시즌의 서사와 사건과 주제 의식의 핵심을 담당하던 진 주인공 '바냐'의 기억을 지워 농촌 외곽 한켠에 치워 놓는다는 건, 이전의 이야기와 최대한 선을 긋겠다는 선언으로 보더라도 무방하기 때문이죠. 희망적이군요.

 

 

 

 

 

 

# 4.

 

일주일 남짓의 시간이 지나면 지구가 멸망하고 그 시간 안에 어떤 식으로든 멤버들이 해법을 찾아야 한다. 라는 큰 줄기는 지난 시즌과 동일합니다. 대신, 지난 시즌의 무지막지하게 조잡하던 아이템들. 이를테면, 여자 윤무부나 사이코패스 궁예. 저중력 달 탐험, 바이올린 독주, 오케스트라 합주, 막무가내 뮤지컬, 조악한 브로멘스와 시스멘스, 모성애와, 사모곡과, 월남전과, 중국식 화포와, 히틀러와, 지하 던전과, 방음 감옥 따위를 모조리 싹 도려냈습니다.

 

 

 

 

 

 

# 5.

 

새롭게 등장하는 컬트적 아이템들이라 해봐야, 스웨덴 출신 암살자 삼 형제와, 메인 빌런 모녀, 금붕어 이사장 정도가 전부입니다. 그 외의 요소들은 1960년대 미국의 인종차별, 동성애에 대한 배타, 미소 냉전, 존 F. 케네디 암살 사건과 같은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역사적 사건들로 메워져 있죠. 시간대와 커미션을 미친 듯이 넘나들며 관객의 머리를 어지럽게 하던 타임 패러독스 역시 최대한 자제한 채, 시간 순에 따른 안정적인 플롯으로 이야기를 구성했습니다. 참 잘했어요.

 

 

 

 

 

 

# 6.

 

이전 시즌 2화에서 7화까지를 때워내던 지긋지긋한 회상 장면들 역시 없습니다. 각자 1년 여의 간격을 가지고 1960년대로 떨어진 탓에, 회상씬 따위의 도움 없이 각 캐릭터들의 '지금'을 다루는 것만으로도 볼륨이 충분하기 때문이죠. 설령 과거 이야기를 한다 하더라도, 지난 시즌처럼 그저 인물의 배경과 성격을 설명하기 위한 단서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과거가 1963년에까지 연속적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존 F. 케네디의 암살을 막으려는 마지막 순간까지. '디에고'는 함께 정신병원을 탈출한 '라일라'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고, '앨리슨'도 여전히 '레이몬드'의 아내이며, '클라우스' 역시 여전히 사이비 종교의 교주죠.

 

 

 

 

 

 

# 7.

 

그럼에도 드라마의 가장 괄목할만한 점은,

 

애새끼들이 드디어 '징징'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찐따들에겐 영원히 불가능할 것만 같던 '철들기'에 성공합니다. 눈물 나네요. 아이를 키우는 게 이런 심정인 걸까요.

 

드디어 다른 멤버가 말을 하면 말을 쳐 듣기 시작합니다. 다른 멤버의 견해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합니다. 물론 여전히 우당탕탕 제멋대로인 맛은 있지만, 드라마를 굴리려면 당연히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죠. 어쨌든 적어도 답답하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눈물 나게 감동적입니다. 수십 년 동안 달나라에 갇혀서도 들지 않던 철딱서니가, 제 밥벌이 스스로 하는 1~2년 간의 홀로서기 동안 뚝딱 들었다는 게 신기한 노릇이죠. 

 

 

 

 

 

 

# 8.

 

전 시즌 '바냐'의 숨겨진 정체와 같은, 노골적이고 뻔한 반전이나 복선 역시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샤말란' 감독의 작품과 같은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반전 서사를 준비해 둔 것까진 아닙니다만, 그래도 사람을 가지고 노는 '핸들러'의 화려한 술수들과 그에 맞서는 '파이브'의 분투는 썩 나쁘지 않은 서사적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 9.

 

KGB의 첩자로 오해된 '바냐'가 CIA 요원에게 고문을 당하고. 그 과정에서 멤버들 나름의 역할을 통해 상호 확증 파괴의 종말을 막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통령의 암살은 결국 막지 못해 과거로 돌아온 인물의 역사적 개입에 대한 한계를 명확히 그어두기도 하죠. 일련의 결말은, 적어도 이전 시즌의 <파괴 광선 시밤쾅 앤딩>보다는 백배, 천배 훌륭한 선택입니다. 시리즈를 따라온 관객을 기만하던 전 시즌의 결말 대신, 안정적으로 서사를 정리하며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번의 결말은 훨씬 정석적입니다.

 

 

 

 

 

 

# 10.

 

전체적으로 볼 때, 의식적으로 이전 시즌의 문제점들을 '유지 보수'한 듯한 인상입니다. 실제 두 시즌의 분량은 거의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나 피로도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적게 소비됩니다. 참 잘했어요 x2

 

물론, 이 모든 평들은 전 시즌의 폭망 때문에 기대치가 워낙 낮아져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일례로, 사건의 해결에 있어 아카데미의 멤버들보다 '커미션'의 영향력과 개입이 너무 크다던지, 캐릭터 간의 역할 밸런스가 다소 무너져 있다던지, 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결국엔 '바냐'의 능력이 만능 치트키처럼 사용된다던지 하는 것들은 불만이라 할 수 있겠죠.

 

다만, 상대적인 측면에서 어지간히 막장이었던 이전 시즌의 빡침과, 월정액으로 가볍게 보는 드라마라는 걸 감안한다면, 이 정도만 해줘도 기꺼이 다음 시즌 기분 좋게 기다릴 수는 있겠다 정도는 된다 생각합니다. '피터 호어' 감독, 『엄브렐라 아카데미 시즌2』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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