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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왓포드 역배 _ 습도 다소 높음, 고봉수 감독

그냥_ 2022. 1. 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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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무더위의 짜증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라면 [습도 높음] 정도로도 충분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작품의 제목은 습도 [다소] 높음.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거겠죠.

 

 

 

 

 

 

 

 

'고봉수' 감독,

습도 다소 높음 :: The rain comes soon』입니다.

 

 

 

 

 

# 1.

 

영화관을 공습하는 빌런들의 영화입니다.

영화판을 사수하는 어벤저스의 영화입니다.

 

이율배반적인 설정이 캐릭터 쇼에 풍성함을 더합니다. 에어컨도 돌아가지 않는 텅 빈 영화관을 박봉에 홀로 지키는 '찰스'를 모두가 무자비하게 괴롭힘에도, 마냥 불쾌한 것이 아니라 찡하고 짠한 건 본질적으로 이들이 미운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죠. 각각은 영화 상영이라는 사건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일상, 이를테면 아르바이트라거나 소개팅, 결혼 준비, 무료 음료수 따위를 포기하고 출동합니다. 화려한 원색의 옷을 입은 등장인물들에게서 마치 전대물 주인공을 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죠.

 

작 중 작 <젊은 그대>의 감독 이희준은 영화 <습도 다소 높음>의 감독 고봉수의 페르소나라 보는 것이 자연스러울 겁니다. 다른 걸 차치하고서라도, 스스로 말하는 필모가 델타 보이즈를 패러디한 알파 보이즈, 튼튼이의 모험을 패러디한 튼튼이의 대모험이니까요. 이희준 감독의 말이 감독의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인지한다면 영화의 메시지를 캐치하는 데 한결 편안할 겁니다. GV에서 전찬일 평론가는 질문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 감독이 뭐를 말하고 싶었을까를 직접 한번 듣고 싶었는데 한 말씀해주실래요?" 감독은 답합니다.

 

사실 제 영화는 다 주제가 일맥상통하는 거 같아요.

마음에 들면 질러라.

 

 

 

 

 

 

# 2.

 

마음 가는 사람들이 마음 가는 대로 지르는 이야기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르는 덥고 습한 날임에도 습도를 '다소' 높이는 짓을 기꺼이 자처하는 애정입니다. 안 그래도 녹록잖은 독립 영화판에 불어닥친 코로나를 차는 숨을 이겨내고 질러내는 열정입니다.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미묘한 해방감이 함께 묻어나는 건, 영화를 만드는 동안 감독 본인의 갈증이 해소되고 있음이 은연중 투영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장르적인 면에서 보자면, 습한 날씨의 짜증스러움과 그렇게 짜증 난 사람들을 옆에서 살살 긁는 단타성 반복 코미디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코미디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취향을 탄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적중률과 파괴력이 뛰어나다고 이야기하는 건 솔직히 무리입니다. 기껏해야 왓포드 역배 정도가 누구나 인정할 법한 유효타라 해야겠죠. 대신 한껏 신난 배우들의 능청스러움과 고군분투가 부족분을 일부 메우고 있기는 합니다. 박장대소까지는 무리겠지만 피식 피식 웃으며 킬링 타임 하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 3.

 

합이 착착 맞아 들어가는 소위 '고봉수 사단'의 배우들도 인상적이지만, 그 사이에서도 이희준은 뚜렷한 존재감을 과시합니다. 짬, 재능, 캐릭터, 분량 등도 물론 중요하지만 '체급'을 무시할 수는 없구나. 라는 걸 증명하는 듯 하달까요. 배우 차유미는 감독의 배려를 크게 받아 펼쳐 놓을 공간이 넓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그에 걸맞은 매력적인 연기, 열정적인 연기를 합니다. 백승환의 연기도 남습니다. 특히 결말에서 복싱 유튜브를 찍는 장면의 감정선은 울림이 있습니다.

 

'낭만 극장'은 코시국 독립 영화판 전체를 은유합니다. 손님은 없고 직원도 줄고 사장은 컵라면으로 매 끼니를 때우지만. 에어컨 틀 돈도 없고 음료도 팝콘도 하나뿐이지만. 회차를 줄인 탓에 본 영화 다시 보기 위해선 사정사정을 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감독, 배우, 관객, 가족, 평론가, 영화관 직원 모두 빠짐없이 모였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깨 걸고 냉면 한그릇 먹을 수 있다는 게 소중합니다.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 감사합니다. 이날의 GV는 동료 영화인들을 위한 선물이기도 하지만, 관객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 괜찮아요. 아직 여기 있어요. 비가 곧 올 거예요. 기다릴게요. 고마워요.

'고봉수' 감독, <습도 다소 높음>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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