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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SF & Fantasy

찐따들의 대환장파티 _ 엄브렐라 아카데미, 피터 호어 감독

그냥_ 2019. 2. 1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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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뭔가 하나를 재밌게 즐기고 나면 뽕이 남아 비슷한 걸 더 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여행을 가도, 게임을 해도, 쇼핑을 해도, 영화를 봐도 그렇죠. 이번에도 여지없이 버릇이 터져 『킹덤』으로 생긴 드라마뽕이 와버렸네요.

 

그런 우스갯소리가 있죠. YG는 '니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내가 좋아하는 걸 준비했어', JYP는 '니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날 준비했어.', SM은 '니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그냥 다 넣어봤어'라는 마인드로 아이돌을 만든다고 말이죠. 이 드라마는 'SM 식 사고방식'의 결정체라 할법합니다. 어쩌면 당신이 좋아할지도 모를 모든 것이 들어 있습니다. 그게 효과적이냐 아니냐는 둘째치고 말이죠.

 

 

 

 

 

 

 

 

'제라드 웨이' 원작, '피터 호어' 감독,

『엄브렐라 아카데미 :: The Umbrella Academy』 시즌 1 입니다.

 

 

 

 

 

# 1.

 

좋게 말하면 다채롭고 나쁘게 말하자면 조잡합니다.

 

지배적 설정과 이야기의 줄기만 만들어 놓고 그 주변으로 온갖 요소들을 가져다 모자이크처럼 붙여놓은 듯한 모양새죠. 털 많은 파파보이 헐크, 단검 던지는 철없는 쫄쫄이, 자식한테 몹쓸 짓하다 차인 슈퍼스타 이혼녀, 죽은 동생 접신하는 약쟁이 박수무당, 텔레포트하는 싸가지없는 늙은 꼬마, 체내에 짱쎈 문어 사육하다 죽은 귀신, 바이올린 켜는 진 그레이, 말하는 원숭이 집사, 로봇 메이드 엄마, 자식을 번호로 부르는 사이코패스 갑부 아빠가 한 가족으로 나옵니다. 주변으로 헐크만큼이나 힘센 도넛 빌런, 단발머리 워커홀릭 살인마, 새를 좋아하는 분홍색 옷 입은 여자 윤무부, 검은 옷 성애자인 일시정지 능력자 슈퍼모델, 망치로 아빠 뚝배기를 깬 전과자 궁예 등이 돌아다니죠. 

 

임신하지도 않은 여자들이 같은 날 같은 시에 아이를 숨풍 숨풍 낳는다는 미스터리와 뜬금없는 저중력 달 탐험이 함께합니다. 혼자 수십 년을 살아내야 하는 『나는 전설이다』식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마네킹과 대화하는 『캐스트 어웨이』도 보실 수 있죠. 비밀 지령이 떨어지는 첩보 스릴러와 위트 있게 비틀은 잔인한 고문 장면들, 『글래스』 등에서 본듯한 여러 개의 감시카메라도 나옵니다. 『미생』 부럽지 않은 직장생활의 애환과 우정도 나오구요, 하다 못해 『보헤미안 랩소디』 못지않은 동성 간 뽀뽀씬도 나옵니다. 와우!

 

 

 

 

 

 

# 2.

 

초능력을 활용한 화려한 전투와, 직접 손을 맞대는 무투 액션, 제법 리얼한 합의 단검 액션과 총기 액션, 그리고 이런 장르에 절대 빠지지 않는 카 체이싱이 난무합니다. 귀를 간지럽히는 바이올린 독주와 오케스트라 합주를 감상할 수도 있고, 단체 댄스타임과 뮤지컬 마냥 오붓한 분위기 속의 춤도 보실 수 있습니다.

 

형제간의 쌈박질과 언제 그랬냐는 듯한 브로맨스, 자매간의 쌈박질과 언제 그랬냐는 듯한 시스맨스가 인물을 갈아치워 가며 얽기 설기 엮여 있습니다. 언제 뒤져도 상관없는 것처럼 막무가내 행동하다가도 갑자기 의기투합해 가족애를 폭발시키기도 합니다. 입양된 남매간에 썸도 타고 모솔이 연애도 했다가 통수도 얻어맞죠. 헤어진 연인과의 미련도 나옵니다. 따뜻한 모성도 나오구요, 그런 엄마와의 이별을 앞둔 절절한 사모곡도 잠깐 나옵니다.

 

 

 

 

 

 

# 3.

 

잔혹한 아동학대가 범람하고 온갖 종류의 트라우마와 피해망상, 열등감이 쏟아집니다. 가족들에게 누군가는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는데요. 근데 또 그 왕따 당한 애는 '에라 모르겠다'하고 가족의 비밀을 몽땅 끌어다 책으로 출간해 팔아치웁니다. 마약은 뭐 심심하면 나오구요 하다 하다 전쟁도 합니다. 그것도 월남전이요. 네?

 

납치도 나오구요, 방화 쇼도 나오구요, 죽은 귀신들도 떼거지로 나와 한풀이도 합니다. 히틀러가 자살할 때 썼다던 총과 중국식 화포가 나오는데 또 갑자기 존 F. 캐네디의 죽음도 나오죠. 시간여행과 타임 패러독스도 나오고 죽은 아빠랑 접신도 합니다. 약쟁이들의 막장 클럽도 나오고 숫총각의 원나잇도 볼 수 있습니다. 웬 자전거 탄 소녀도 하나 나오는데 지가 '신(GOD)'이래요. 운석 충돌과 지구 멸망도 나오고, 지하 던전도 나오고, 방음 감옥도 나오고, 응급수술도 나오고, 죽은 아내가 남긴 바이올린에 얽힌 뜬금없는 로맨스와 앨런 페이지의 등짝도 나옵니다.

 

이게 무슨 미친 소리냐구요? 억울하네요. 직접 보세요. 10화짜리 한 개 시즌에 이게 몽땅 다 나옵니다.

 

 

 

 

 

 

# 4.

 

이 뜬금없는 아이템들을 위태롭게 붙잡고 있는 가장 정서는 '징징'입니다.

 

숭고한 '사랑'이나 '헌신', '복수', '성장' 이런 게 아니라 '징징' 맞습니다. 10개에 달하는 화들 중 1화는 오프닝이구요. 2화부터 7화까지 각각 엄브렐라 아카데미 소속 히어로들의 배경과 인물이 가진 내면, 사고방식에 대응되는 데요. 문제는 그 결론이 죄다 미치광이 아빠로 인해 받은 유년기의 상처로 귀결됩니다.

 

한두화야 "뭐 그래 속상했겠네. 가슴 아프구만." 할 수 있죠. 6명이나 되는 자식들이 죄다 아빠 미워! 하면서 징징징징을 해대는 데 보고 있기가 쉽지 않습니다. 상처와 징징댐이 나름의 방식으로 확장되어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죠. 6명이나 되는 다 큰 어른들이 서로 지가 힘들다고 징징대는 걸로 첫 화가 시작해 징징대며 마지막 화가 끝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온갖 막말로 상처를 줬다가 좀 쓰다듬으려 하나 싶은 찰나 다시 막말을 퍼부으며 새로운 상처를 덧대고 이걸 무한 반복합니다. 아주 지랄들을 하죠.

 

 

 

 

 

 

# 5.

 

눈과 귀를 잠시도 쉬게 만들지 않겠다고 작정이라도 한 듯 어처구니없이 쏟아지는 아이템들에도 불구하고 중반쯤 넘어서면 슬슬 지루해지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지구 종말에 얽힌 주요 사건은 진행되는 바 없는 가운데 각 화들은 인물들의 회상씬으로 절반이 채워져 있고, 나머지 절반은 그 회상씬에 대한 푸념을 곁들인 징징이 전부니까요. 한풀이 들어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어찌 된 인물들이 죄다 '징징징징, 아빠 미워, 징징징징, 너도 미워, 징징징징, 나도 미워, 징징징징, 징징징징'

 

내적 갈증을 극복한 인물이 한 놈도 없습니다. 미치광이 아빠가 낳을 수 있는 정신병자들의 유형별 전시를 보는 기분이죠. 슈퍼히어로는 개뿔. 물론 이 찐따들이 죄다 병신인 데는 양아빠의 책임이 매우 크지만 못지않게 지들이 병신인 탓도 큽니다. 더군다나 10개 화가 진행되는 동안 이것들은 끝까지 자기 문제라곤 안 해요. 더 웃긴 건 모든 주인공들은 전부 철딱서니가 없는데 지들끼리는 또 서로서로 어른이 되라고 일침을 놓아 댄다는 점입니다. 미친.

 

 

 

 

 

 

# 6.

 

그래도 신기한 건 떡밥 회수는 착실합니다.

 

막 만드는 듯한데 스쳐 지나는 복선들은 빠짐없이 회수됩니다. 딱히 억지 부리는 것도 없고 대부분의 인과는 호소력을 가집니다. 아빠의 죽음과 그 이유, 아카데미의 슈퍼히어로들 각자의 트라우마와 그런 트라우마로 인한 강박적 집착, 마약을 사기 위해 벌였던 사소한 행동의 나비효과, 의안의 정체, 하필 특별한 능력이 없었던 단 한 명의 아이, 숨겨진 과거와 그 과거를 부분적으로 기록한 영상들이 만드는 오해 등이 서사에 높은 밀착감을 보입니다.

 

각 인물들이 추구하는 가치들. 이를테면 '루서'의 아버지에 대한 인정욕, '디에고'의 '루서'에 대한 열등감과 전 여친의 죽음에 대한 복수심, '앨리슨'의 딸에 대한 죄책감과 집착, '클라우스'의 귀신을 보지 않기 위해 빠져든 마약, '파이브'의 종말의 저지와 마네킹에 대한 환각, '바냐'의 가족으로부터 받은 소외감이라는 독자적인 목적의식이 서로의 행동을 방해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하며 뒤엉키는 데 딱히 억지스러운 지점은 찾기 힘듭니다. 복잡한 이야기를 이만하면 잘 짜냈다고 하기에 부족함은 없어 보이네요.

 

그래요.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아요. 징징대는 게 좀 심하게 짜증 나긴 하지만 그걸 참을 수만 있다면 볼거리 풍부하고 억지도 없고 킬링타임용으로 이 정도면 그냥저냥 괜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 7.

 

드라마는 크게 두 가지의 반전을 가지는 데요.

 

하나는 평범해 보이던 '바냐'가 사실은 다른 형제들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짱짱녀여서 너무 위험하다는 이유로 양아빠가 그녀의 기억과 능력을 조작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요, 이야기가 절반도 지나기 전에 장르에 익숙하신 분들 대부분 눈치채지 않으셨나요?

 

'바냐'라고 다른 아이들과 달리 멀쩡하게 낳은 아이도 아니고 똑같이 입양한 아인데 이 아이만 능력이 없다는 걸 믿으라구요? 작품은 제발 믿어 달라고 우기는 데 관객에겐 그다지 호소력이 없어 보입니다. '에이... 보나 마나 쟤도 뭐 있겠구만.' 그리고 그에 맞춰 쏟아지는 힌트들이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어 줍니다. 초반부터 오지게 먹어대는 약이나 '특별'함에 대해 너무도 많이 이야기하는 썸남이나 '특별'해 지고 싶어 하는 '바냐'의 욕망과 '특별'한 존재들에 대한 열등감 등 말이죠.

 

 

 

 

 

 

# 8.

 

여기까지도 괜찮습니다. 눈에 뻔히 보이는 반전, 이해할 수 있어요. 엔딩에 비하면야 이 정도는 양반이거든요. 드라마의 마지막화의 제목이 '폭탄'인데요. 결말이 바로 드라마를 터트리는 폭탄입니다. 그 엔딩이 뭐냐!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졸라짱쎈 '바냐'가 시밤쾅하고 달을 날려버려서

달덩이가 지구에 떨어져 지구가 멸망합니다.

 

진짜루요. 그러니까 이 빌어먹을 찐따들이 지구를 작살낸 겁니다. 빌런이 외부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얘네들이 차곡차곡 10화 동안 쌓은 행동들이 지구를 날려버리는 빌드업이였다는 겁니다. 하하하. 만세!!

 

정신 나간 작품인 건 첫 화만 보고도 알았지만 이건 너무합니다. 이 빌어먹을 엔딩 덕에 그동안 관객이 봤던 모든 것들은 뻘짓이 되어버립니다. 가족을 불러 모으기 위해 자살한 양아빠는 지구 종말의 불을 당긴 머저리가 되었구요, 파이브의 온갖 노고는 뻘짓이 되어버렸습니다. '종말을 막았다'라는 기계적인 해피엔딩을 바랄 만큼 유치하진 않습니다. 다만, 그래도 '주인공들이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인한 종말' 정도는 준비했어야죠. 

 

더 골 때리는 건 지구 멸망 직전에 지들끼리만 도망을 간다는 겁니다. 야... 이... 나쁜 놈들아!!!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고 빌런도 이런 빌런이 없죠. 캐릭터들을 따라가기도 하고 응원하기도 하던 관객도 달에서 떨어진 불구덩이에 같이 죽게 생겼습니다. 딸내미 없이 못 산다던 '앨리슨' 어디 간 거죠? '클라우스'는 남친 귀신 없어져도 괜찮은 겁니까? '파이브'. 너 마네킹도 아싸리 불타는데? '루서' 너 지구 종말을 막는 미션 어떻게 된 거야? 야! 너네 그렇게 도망가도 진짜 괜찮은 거 맞냐?!?! 너네 나름 히어로라며!!

 

 

 

 

 

 

# 9.

 

양심이 있다면 이렇게 끝내면 안됩니다. 이렇게 끝나버리는 건 10편에 걸친 이야기를 따라간 관객을 기만하는 겁니다. '하그리브스'가 수십년에 걸쳐 지구 작살내는 빌런을 입양해 키운 후에 굳이 목숨까지 버려가며 끌어 모아다 인류를 몰살시키는 데 성공했다. 가 서사의 전부여선 곤란합니다. '우당탕탕하다가 소리광선 한방에 달이 터져서 다주금' 하나를 보겠다고 들이기엔 사람들의 수명 10시간은 너무 소중합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래도 어쨋든 주인공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살아서 다른 시간대로 도망간 덕에 시즌2에 대한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원작 소설에서도 뒤가 더 있다고 하는 것도 같구요. 도망간 시대가 지구 종말을 막지 못한 그 순간보다 과거여서 지구 종말 막기 2회차를 한다... 뭐 이런 거, 반드시 해야합니다. 분명히 하건데 기대되는 거 아니구요. 해야합니다. 제 잃어버린 10시간을 위해서라도 말이죠. 하... 본전 생각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피터 호어 감독,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 1 이였습니다.

 

 

유지 보수 완료 _ 엄브렐라 아카데미 시즌 2, 스티브 블랙먼 감독

# 0. 히어로가 되고 싶은 찐따들이 종일 징징대다 시밤쾅 달 날려버리고 빤스런하는 드라마, 『엄브렐라 아카데미』의 두 번째 시즌입니다. 이전 시즌의 리뷰에서 '시즌 2는 보고 싶어서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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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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