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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SF & Fantasy

간택 _ 엘레나, 정민지 감독

그냥_ 2024. 4. 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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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아니, 솔직히 억울합니다.

 

 

 

 

 

 

 

 

정민지 감독,

『엘레나 :: Elena』입니다.

 

 

 

 

 

# 1.

 

익숙한 아파트 단지. 우이천 산책로. 맑은 하늘 아래 평화로이 흐르는 강물. 단아한 징검다리. 회색 옷의 주인공. 엘레나. 관객에게 인사하려는 찰나 어깨를 부딪히는 누군가. 사과하지 않고, 옆을 지나는 다른 사람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어깨에 묻은 작은 먼지를 덜어내는 깔끔함. 나 요새 좋아하는 사람 생겼다? 이름은 순자. 그녀에겐 짝이 없다는 소식을 알아냈어. 친절한 웃음의 순자는 중년의 여성. 다리 아래로 시퀀스가 옮겨간다. 반만 먹고 남겨진 옥수수. 엘레나와 비슷한 회색 옷을 입은 세 명의 친구. 알갱이를 나눠주며 대화한다. 산책하는 개? 사료 먹고 편하게 사는 애들 질투하는 거 아니야?! 에서 센스가 넘치는 저는

 

주인공이 길냥이구나!!!

 

라는 감을 팍 잡았죠. 유난히 졸졸 따라다니는 길냥이들을 거두는 걸 유머러스하게 '간택'당했다 말하곤 하는데요. 어디서 났는지 노란 꽃을 달고 나타난 회색 길냥이 한 마리에서 영감을 얻어, 순자를 간택한 길냥이 엘레나를 의인화해 고양이의 감정을 상상해 본 판타지라 이해하면 무난해 보이죠. 예비 집사의 뒤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는 고양이와, 집사를 찾아 토론을 벌이는 고양이들의 귀엽고 편안한 상상 위에서 생동감 넘치는 젊은 배우들의 몸 쓰는 방식을 보는 맛이 즐겁구나 싶었는데요. 강물에 비치는 저게 뭐야. 닭둘기?!

 

 

 

 

 

 

# 2.

 

동물의 의인화까지는 맞췄는데요. 길냥이가 아니라 닭둘기였습니다만... 아니, 솔직히 억울합니다. 아무리 요즘 닭둘기들이 걸어 다닌다지만 이건 좀 너무하잖아요. (ㅋㅋ) 굴다리 아래 옹기종기 모인 모습. 둔덕 위로 폴짝 뛰어오르는 존과 세바스찬의 움직임, 징검다리를 사뿐사뿐 뛰어넘는 엘레나의 움직임은 너무 길냥이스럽잖아요. 주연 배우 김수아도 전형적인 고양이상 미인이고 말이죠. 조상이 멀리 바다 건너왔다지 않았냐구요? 고양이도 멀리 아프리카 이집트에서 건너왔거든요?

 

물론. 다시 생각해 보면 오프닝에서 굳이 오리 따위의 새들을 연이어 보여준 것이라거나, 머리카락을 젖히며 손가락 세 개만 펴는 모습이 닭둘기 세 발가락의 복선이라는 건 알겠습니다. 옥수수를 한알씩 까먹는 고양이가 어디 있냐! 라거나, 산책하는 개 이야기 하기 전에 무서운 매 이야기도 하지 않았냐! 라거나, 포스터에 대놓고 티를 내고 있지 않냐! 라고 항변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닭둘기가 비호감이라는 게 너무 치명적이랄까요.

 

뭐 여하튼 특별함은 없지만 편안하고 유쾌한 작품이기는 합니다. 영화는 순자에 대한 엘레나의 사랑을 그리고 있지만 판타지일 뿐 사실 그것을 증명할 길은 없습니다. 꽃을 물고 있는 엘레나를 발견한 순자의 사랑이 있을 뿐이죠. 영화는 엘레나의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엘레나 보다 반려 동물을 거두고 키우는 순자와 같은 사람들이 어떤 감수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가를 거울에 비춰내고 있다는 식으로 이해한다면 보다 입체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요. 정민지 감독, <엘레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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