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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Horror

마피아 게임 _ 서클, 에런 핸 / 마리오 미시온 감독

그냥_ 2021. 5.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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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정치질'하는 영화입니다.

 

 

 

 

 

 

 

 

'에런 핸', '마리오 미시온' 감독,

『서클 :: Circle』입니다.

 

 

 

 

 

# 1. 

 

무지막지하게 많은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경찰도 있구요. 레즈비언도 있습니다. 임산부도 있구요. 전과자도 있죠. 어린아이도 있고, 애매하게 큰 청소년도 있구요. 장정도 있고, 노인도 있습니다. 암에 걸렸다 막 나은 사람도 있구요. 이라크에서 간신히 살아 돌아온 군인도 있죠. 흑인도 있고, 백인도 있고, 아시안도 있고, 라티노도 있습니다. 인종차별자와 인종차별의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사람이 동시에 등장하구요. 신을 받드는 목사와, 과격한 무신론자가 함께하죠. 대부분은 영어를 하지만,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 2.

 

검은 방입니다. 빨간 원 위에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서 있습니다. 사람들은 동그랗게 둘러 서 있습니다. 원 밖으로 나가면 죽습니다. 다른 사람을 만져도 죽습니다. 2분 남짓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카운트가 울립니다. 카운트가 끝나기 전까지 누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알 수 없는 무기명 투표를 하게 됩니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람은 죽습니다. 동점이면 재투표 합니다. 누군가가 죽고나면 2분의 시간이 주어지고, 다시 카운트가 시작됩니다.

 

투표는 누구에게나 할 수 있지만, 자신에게는 하지 못합니다. 즉, 마지막 남은 사람은 누구에게도 투표할 수 없으니 살아남게 된다는 거죠. 따라서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타인을 죽이자 설득해 나가되, 자신에게 몰릴 어그로 또한 최대한 관리해야 합니다.

 

 

 

 

 

 

# 3.

 

극단적인 <심리 실험극>이자, <정치극>입니다. '누구를 죽이는 것이 실질적으로 이익이 되는가'와, '누구를 죽이자 말하는 것이 대외적으로 유리한가'와, '지금이 말할 타이밍인지 침묵한 타이밍인지에 대한 판단'과, '어떤 이유로 지금 나는 죽지 않아야 한다 설득할 것인가'를 대단히 짧은 시간 안에 동시에 궁리할 것을 강요합니다.

 

이들 중 한 가지만 생각한 사람들은 모두 죽임을 당합니다. 어린아이를 먼저 죽이는 것이 가장 큰 '이익'이라 주장하던 논리적인 은행원은 생존자가 되지 못합니다. 옆자리 아내를 살려달라는 것으로 도덕적 우위를 챙기려 한 남편도 생존자가 되지 못했죠. 영화 내내 단 한마디의 말도 단 한 번의 투표도 하지 않은 어그로 관리 장인과, 가장 주도적으로 과반수 확보 게임을 주도하던 남자와, 자신이 타인을 위해 희생해 왔으니 살아 돌아가야겠노라 주장하던 참전 군인 모두 생존자가 되지 못합니다.

 

 

 

 

 

 

# 4.

 

밀실 속 대화만으로 영화는 전개됩니다. 조여드는 시간과 쏟아지는 논쟁의 티키타카가 관객을 흥미진진하게 합니다. 사람들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선거'를 하기도 하고, '자원'을 받기도 하고, '침묵'을 선택하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모함'하기도 하고, '기만'하기도 하고, '세뇌'하기도 하며, 동정을 '구걸'하기도 하는. <정치적 활동>을 펼쳐나갑니다.

 

연령, 도덕, 가족, 인종, 언어, 범죄, 직업, 종교 등의 다양한 가치들에 대한 노골적이고 직설적이며 폭력적인 평가로부터 누구도 자유롭지 못함을 고백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살아온 과정 혹은 배경이 목숨의 값어치를 결정할 근거가 될 수 있는가 라는 보다 근원적인 위화감과 불편함이 누적되는 와중에, '내가 죽는 마당에 논리적 정합성이 무슨 소용이람?' 이라는 이기적이고 야만적이지만, 동시에 대단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감정도 천천히 스며듭니다.

 

 

 

 

 

 

# 5.

 

글의 제목에서처럼 <마피아 게임>을 보다 극단적인 형태로 조작해 영화화 한 작품이라 생각하면 적당합니다. 말인즉, '마피아 게임'을 뭔가 교훈을 얻기 위해 하는 사람은 없듯, 이 영화의 감상 역시 남는 것은 없다는 뜻이죠. 기껏해야 '인간? 목숨줄 간당간당한 상황에 던져 놓고 밑바닥 들여다보면 별 것 없어!' 라는 인간 본성에 대한 냉소적 조소와, 비웃음의 대상이 되어버린 관객 자신 안에 숨겨진 인간성을 빼꼼 들여다보는 것 정도가 의의라 할 수 있겠네요.

 

# 6.

 

다소 뻔한 전개나 기계적인 캐릭터들도 몇 발견되기에 예상 가능하게 하는 지점들이 없잖아 있긴 합니다. 설명드린 대로 이야기라 할만한 게 없기에 뭔가 뼈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듯한 감각도 들구요.

 

다만, 그럼에도 런타임 1시간 반도 채 되지 않는 저예산 영화라는 걸 감안하면 재미는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나와 동떨어진 극단적 상황에 노출된 배역들이 말싸움하는 걸 구경하는 '공포 영화' 혹은 '재난 영화'의 느낌보다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다수의 타인들 한가운데 들어가 '나라면 어떤 태도와 어떤 판단을 선택할 것인가'를 능동적으로 생각하며 상황을 따라가신다면, 보다 흥미진진하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에런 핸', '마리오 미시온' 감독, <서클>이었습니다.

 

# +7. 역시 살아 남으려면 나대지 말고 있다가, 중요한 순간 막타를 노려야 합니다. :)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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