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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부족하지만 착한 친구 _ 베란다, 손지수 감독

그냥_ 2021. 3. 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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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상황 설계와 이야기 구성의 충분한 도움 없이 미리 결정한 메시지만 가지고 영화를 만들면 보통 이런 식의 결과물이 나옵니다. 제18회 대한민국 청소년영화제 수상작입니다.

 

 

 

 

 

 

 

 

'손지수' 감독,

『베란다 :: Veranda』입니다.

 

 

 

 

 

# 1.

 

엄마는 불쌍합니다. 보다 정확히는 불쌍해야 합니다. 감독이 그렇게 결정했거든요. 엄마는 외롭습니다. 엄마는 무기력합니다. 엄마는 기계적이고 엄마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습니다. 남편은 매몰차야 하고, 아들은 눈치가 없어야 하죠. 역시나 감독이 그렇게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대상에 대한 감독의 정의가 폭압적이기에 작품의 결론도, 감상도, 정서도 메시지와 완벽히 동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엄마는,  불쌍하고,  외롭다.

 

 

관객은 이 메시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베란다'라는 공간과 '고장 난 문'의 단절, '멸치'의 이미지 정도를 제외하면 상황을 이해하고 인물과 교감할 여지는 전무하다 해도 무리는 없습니다. 심지어 위의 메타포들조차 모조리 엄마를 보다 불쌍하게 만들기 위해서만 기능하죠.

 

 

 

 

 

 

# 2.

 

엄마는 외로워야 하니까 자식은 딸 대신 아들로 설정됩니다. 아빠는 감독의 지시하에 의도적으로 엄마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 티가 역력합니다. 아들은 일부러 엄마의 어깨를 치고 지나가야 하고, 닫힌 문 앞에 엄마는 일부러 부자연스럽게 서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더 불쌍해 보이거든요.

 

베란다에 갇힌 엄마는 구태여 땀 뻘뻘 흘리면서도 볕 아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짠해 보이거든요. 멸치 손질이나 빨래 정리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구태여 바닥청소까지 엎드려 해야 합니다. 그래야 더 불쌍해 보이거든요. 일사병이라도 온 마냥 베란다에 떨어진 멸치와 쌩쇼를 해야만 합니다. '말라비틀어진 죽은 눈의 멸치'의 이미지와 '엄마'를 1대 1로 연결하고 싶었거든요.

 

 

 

 

 

 

# 3.

 

베란다 문이 고장 났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가족이 언제부터 갇혀 있었을지 모를 엄마를 보고도 걱정해선 안됩니다. 엄마가 더더욱 불쌍하고 외롭게 보이기 위해 아들과 남편은 끝까지 악당이 되어야만 하거든요. 낮까지만 해도 아들에게 심심하니까 얼른 오라 말하던 엄마는 '베란다에 하루 종일 갇혀 있었지 뭐야!'라는 말 한마디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바람에 위로라도 받았다간 덜 불쌍해 보일 테니까요.

 

엄마는 소쿠리 한 가득 멸치를 다듬어 놓고 멸치가 다 떨어졌다는 괴상한 대사를 쳐야만 합니다. 땀 뻘뻘 흘려 지친 와중에 해가 다 떨어진 야밤에 굳이, 굳이 멸치를 사러 혼자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더더욱 외로워 보일 테니까요.

 

 

 

 

 

 

# 4.

 

메시지가 단정적으로 결정되어 있다 보니 상황이 만드는 고유의 감정이 전개될 틈이 없습니다. 행동 하나하나에서 일상성보다는 감독의 편의적 의도가 먼저 읽히다 보니 메시지를 포착한 오프닝 시퀀스 이후부터 작품은 급격히 지루해집니다.

 

물론 보다 보면 살짝 울컥하는 순간은 있습니다. 영화가 착하긴 합니다. 엄마가 베란다에 홀로 갇혀 하루 종일 땀을 뻘뻘 흘리는 걸 보는 데 짠하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죠.

 

다만, 이때의 감정은 영화의 힘이 아니라 오롯이 관객 저마다 있을 자기 엄마에 대한 사랑에 근거합니다. 심지어 그마저도 일상성이 떨어지기에 고생스럽게 살아온 우리 엄마 생각 정도로 잠시 스쳤다가, 영화로 돌아오는 순간 금세 휘발되고 말죠. 냉정히 말하자면 런타임 내내 당위만 둥둥 떠다니는 가운데 당위의 존재인 엄마에 대한 부채감을 한번 확인하는 것 이상의 의의는 없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감독은 분명 의심의 여지없이 착한 딸이겠습니다만, 글쎄요. 좋은 영화라는 게 착하다는 것만으로 뚝딱 만들어지는 건 아닙니다. '손지수' 감독, <베란다>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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